낯익은 배낭을 한 산객이 있어 여쭤보니 고교 선배님 3분이 오셨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리고 잠시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천장골
흙길 돌길 지나 1시간을 오르니 '큰 배재' 3거리를 만납니다.
전망대에서 잠시 주변 조망 후 백제 양식으로 고려 때 만들었다는 남매탑이 있는 상원암으로 향합니다.
이 높은 산 중턱에 저리 큰 탑을 어찌 두 개나 쌓았을까 놀랍더군요. 두탑사이 걸린 맑은달이 계룡 8경 중 하나라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 왕족 하나가 이곳에 와서 수도하고 있을 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를 구해주었더니, 호랑이는 며칠 뒤 예쁜 처녀 하나를 업어왔고. 왕족은 처녀를 고이 돌려보냈으나, 그 부모가 딸을 다른 데로 시집보낼 수 없다 하고 다시 왕족에게로 보냈으니. 왕족은 하는 수 없이 누이로 맞이하여 남매가 함께 수도하여 마침내 성도 하였고. 그들이 죽은 뒤 몸에서 많은 사리가 나와 사람들이 이 탑을 세워 오누이를 공양하였다'합니다.
아무리 전설이지만,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더군요.
상원암과 남매탑
선배 형수님의 명품 곶감으로 원기 충전하여 세 부처님 모양을 한 삼불봉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만만치 않은 계단길이었지만 한숨에 오르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숨다못정!(숨이 쉬어지고 다리가 가는데 못 오르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이다)'
자작 사자성어(?)로 주문을 외며 힘을 돋웁니다.
삼불봉 가는길
설경이 장관이라는 삼불봉에 서니 조망이 열립니다.
멀리 최고봉인 천황봉과 쌀개봉, 연천봉, 관음봉을 비롯한 봉봉들이 '계룡(鷄龍)'이란 산 이름처럼 한껏 몸을 키운 성난 싸움닭의 벼슬 같은 형상을 하고 연이어 용솟음쳐 꿈틀꿈틀 펼쳐져 있더군요.
반대편으론 까마득히 계룡호가 기름진 벌판을 적시며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삼불봉에서
삼불봉을 수직 하강하여 시작된 '자연성릉'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깊은 계곡을 둘러싼 높은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절벽길 따라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