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시절의 리더십: 리더가 아니어도 리더십은 필요하다
스타트업, 투자, 액셀러레이터, 주니어시절, 리더십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영향력을 쌓는 사람들
시장 데이터를 찾고, 엑셀을 열고, 사업 결과보고서를 쓰는 반복적인 일들. 하지만 이 모든 반복이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일이라면, 그 속에서 주도성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주니어의 리더십이 아닐까요?
주니어 시절의 리더십은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시절만의 겸손한 관찰력, 팔로워십 그리고 매끄러운 연결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Shape of 리더십
액셀러레이터로써 일하면서 배우게 된 것은, 리더십의 형태는 연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리더십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리더의 리더십은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설계하며, 구성원의 동의를 이끄는 '설득력과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시니어의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온도를 맞추는 '조율'과 '신뢰'가 필요합니다.
주니어의 리더십은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는 '겸손한 관찰력'과 시니어와 리더의 일을 원활하게 백업하는 '팔로워십'이 필요합니다.
즉, 현재의 저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팀을 더 잘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해당 업무의 Key Point가 무엇인지 맥을 집고, 빠르고 정확하게 오퍼레이션함으로써 팀이 최종목표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주니어의 리더십으로 바라본 나의 일
주니어에게 필요한 리더십의 형태를 깨달았다면, 이제는 저의 업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투자검토
초기 스타트업의 IR 자료를 검토할 때, 스스로에 묻는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스타트업이 투자하기 좋은 기업인가?'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스타트업이 왜 지금 우리 투자사 포트폴리오에 의미가 있는지?'를 묻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어쩌면 개인적인 욕심일 수 있는). 조직의 방향과 투자 철학 속에서 의미를 찾는 관점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투자 검토를 위한 자료조사, 투검보고서 작성은 더 이상 단순 업무가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을 돕는 '주니어의 리더십'이 투영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2. 포트폴리오 사후관리
포폴사 관리는 단순한 성과 점검이 아닙니다. 함께하는 스타트업의 리듬을 읽고, 그들이 흔들리지 않게 적정한 거리에서 방향을 확인해 주는 일입니다.
해당 업무에서 주니어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리더십은 '조언'이 아니라 '관찰력'입니다. 창업팀의 현황을 관찰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포착해서, 그 시그널을 내부에 빠르게 공유하여 시기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적절한 거리에서 포폴사를 바라보며, 필요한 타이밍에 조직이 자연스럽게 관여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3. AC프로그램 운영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창업자-멘토-파트너-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한 공간에 엮이기에 언제나 '세밀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주니어로서 저는 그 조율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멘토링 일정 조율, 데모데이 행사 준비, 성과 자료 수집 등 작은 디테일들이 프로그램 완성도를 결정하죠.
물론 반복적인 운영 업무 속에는 지루함도 있습니다(불필요한 프로그램도 많고요). 그러나 저는 이 과정을 '주니어 리더십의 현장'으로 바라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연결하고 설계하는 경험이 결국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상위 리더십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조율은 항상 어렵습니다...4. 신규 사업 제안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일은 단순히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의 비전을 이해하고, 지금 필요한 성장축이 어디인지 '사업의 맥락'을 읽는 과정이죠.
해당 업무에서 주니어의 리더십은 '내가 제안했다' 보다 '이 제안이 조직의 방향성과 일치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상위 리더가 설정한 비전을 실무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판단이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니어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주니어의 리더십은 크지 않지만, 조용하고 묵묵하게 조직의 기반을 다지는 '섬세한 리더십'입니다. AC에서의 투자/관리/운영/제안 등 모든 일의 본질은 결국 '조직을 더 잘 움직이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일을 조용히, 그러나 명확히 해내는 사람. 저는 지금, 그 리더십을 배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