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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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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 Jul 15. 2023

아쉬움은 삶의 책갈피이다

일상조각_01


비 오는 날 남편과 갔던 작은 카페가 종종 생각난다. 건물의 3층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는데, 한쪽으로는 커다란 창 너머로 작은 정원처럼 꾸며진 야외 공간이 이어져 있고 다른 쪽으로는 동네의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자리,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명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선택권이 없었던 우리는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 문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첫눈에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막상 앉고 보니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창과 그 뒤로 비치는 정원의 촉촉한 풍경이 제법 운치 있었다.


남편은 따듯한 라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배가 이미 잔뜩 불렀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코코넛 튀일까지. 달콤과 쌉쌀의 균형이 조화롭게 담긴 트레이를 가운데 두고 우리는 도란도란한 시간을 가졌다.


내가 말하고, 빗소리, 남편이 답하고.

남편이 말하고, 빗소리, 내가 답하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 -

그 사이를 촘촘히 메꾸는 조곤조곤한 빗소리.

한 마디, 두 마디 주고받을 때마다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기분 좋은 설렘으로 젖어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되었을까, 다음 일정이 있었기에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처럼 느적느적 빈 잔을 트레이에 가지런히 올리고 자리를 정리했다. ‘다음에는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저 자리도 꼭 앉아봐야지.’ 카페 구석구석에 미련의 눈빛 도장을 잔뜩 찍어두고서야 우리는 돌아설 수 있었다.




내가 그날을 자꾸만 되돌아보는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그 순간에 또 있고 싶고, 그 분위기를 더 음미하고 싶은 아쉬움. 그 미련 담긴 책갈피가 자꾸만 그날 그 시간으로 이끄는 것이다.


“여전히 소중하니 계속해서 소망하라.”

무언가의 끝에 마침표처럼 찍힌 아쉬움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기준 미달’이라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지난 삶 곳곳에 나도 모르게 걸었던 ‘아쉬움의 책갈피’를 따라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취향이나 목표가 더욱 확고해질지도 모른다.


꼭 그날같이 비가 내리는 오늘. 내 취향이 가득 배인 집에서 향긋한 차 한잔 옆에 두고 ‘비 오는 날 작은 카페의 추억‘ 같은 아쉬움의 책갈피들을 들춰보려 한다. 어떤 추억들이 튀어나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마음을 두었던 소망들을 발견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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