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일기장을 덮으며

by 지구 사는 까만별

작가님께 국민일기의 에필로그를 부탁 받았을 때 많은 마음이 오갔습니다. 글의 유명세에 아무 이점도 없을 제가 이걸 써도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제 마음을 많은 사람이 읽을지도 모르는 장소에 남기는 것이 어색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건 이 책의 마무리를 제게 맡겨주어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참 독특합니다. 우선 수필의 서술자와 작가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수필은 문학 중 가장 자유로운 갈래이다만, 서술자가 작가가 아닌 이상 이걸 수필이라 부르는 데는 무리가 있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이 책은 국민’일기’입니다. 일기는 통상적으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보통 방해받지 않는 시공간에서 홀로 일기에 담긴 감정과 내용을 간직하곤 합니다. 하지만 국민일기는 브런치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되어왔고, 국민일기의 주인공 또한 당신의 행적이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은 국민’일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국민학교 졸업생의 역사서입니다. 국민학교만 나온 소녀가 배운 글의 양식은 그리 많지 않기에 그나마 당신께 가장 익숙할 일기의 형태를 띄고 있고, 그 일기조차도 많이 써보지 못했기에 막내딸의 대리를 받아 작성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승정원에서 왕의 일지를 작성하던 왕실 비서를 닮았습니다. 왕의 과거를 들음으로서 전하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 후에 왕이 붕어하고 실록에 사용할 사초를 남기기 위해 작가님께서는 작년부터 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그간 전화를 통해 당신의 기억력을 토대로 상세히 과거들을 증언해준 서술자와, 사료들을 토대로 주기적으로 글을 작성한 작가님의 수행에 가까운 집필에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아 문외한이나, 역사서들에는 으레 작성된 목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민일기는 문학이니 독자마다 감상이 다르겠으나, 국민일기의 끝에서 저는 이어지는 삶을 봤습니다. 재력이나 명예없이 소위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국민일기 속 8학년 2반 할머니는 평범치 않은 마음씨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수많은 평범한 할머니와 자식과 손주들로 이루어진 인간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관념처럼 깔려있는 작가님의 인간 찬가를 통해 저는 많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여태 대리인으로서 수고를 다하신 나의 어머니, 감사합니다.

국민일기를 덮고도 8학년 2반 할머니의 삶은 이어집니다. 수많은 할머니와 어머니와 당신들이 사는 세상에서, 평범하기에 위대하게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까만별 작가님의 딸이자, 8학년 2반 학교장 손녀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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