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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Nov 05. 2024

토요일, 토요일은 달이 뜨거워

달의 몰락



 세상을 밝히고자 했던 휘영청한 달빛은 결국은 매일 서쪽 다리 아래 강물로 뛰어들었다. 태양에서 자유케 하자는 뭉근한 위성의 의지를 당시 우리는 달의 몰락이라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렸다. 태양의 피로가 말갛게 씻긴 자유의 밤이 오면, 복닥거리던 짙은 동선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러 휘영청한 중심가로 모여들었다.      


 교문에서 하얀 손수건을 가슴팍에 달고 첫 출항을 떠난 코흘리개 꼬마들은, 20대가 되자 각자 가야 할 길 앞에 서게끔 신호탄을 수차례 들었고, 자욱한 안개 낀 길에서 나에게 맞는 길을 찾고자 매일을 더듬거렸다. 달이 강물에 샤워하는 밤이 되면 우린 불투명한 내일을 보름달 안에 넣어 칵테일처럼 한잔에 들이켰다. 달덩이 같은 일행들의 얼굴이 태양처럼 붉어지던 때, 우린 그날 호기롭게 2차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중심가를 가로등이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소음을 전축처럼 기록하던 밤거리. 달빛의 호젓함은 일행의 노랫소리와 네온사인 몇 개로도 쉽게 휘청였다. 머리색과 복장이 남들과 같아야 했던 젊은 이름표들은, 댄스곡, 발라드, 알앤비, 레게 등 다양한 장르로 세신을 하며 나를 찾으며, 음악에 자신의 이름을 숨겼다.     


 번화가의 골목을 들어서자 조금 새어 나오는 음악과 별의 파편 같은 조명이 찬란하게 손짓했다. 콜라 금액만 내고 들어간 그곳은 압도적인 데시벨로 객들을 맞았다. 펼쳐진 너른 무대에는 조명이 춤의 동선을 체크하고 있고, 갈증 난 젊은이들이 무대 위에 내려올 음악의 단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즐겨 듣던 가요들이 조명을 지휘하고, harlem desire, London nights, bambina, Dancing queen, you’re a woman... 등 귀에 익숙한 팝들이 선곡을 기다리며 미러볼이 빙그르 돌아갔다.     


 잠시 후 강렬한 전주가 울려 퍼지자 젊은 손님들이 환호하며 우르르 무대로 나갔다. 즐겨 듣던 음악에 덧없어 보이는 우리 시간을 포개었다. 갈 길을 몰라 점멸하는 듯한 오색찬란한 조명 아래 젊음도 같이 깜빡거렸다. 음악과 조명에 지배당한 짙푸른 청춘들은 마치 출발점도 모르고 허공에 날갯짓을 하는 가엾은 아기새처럼 보였다. 이름을 숨기고 춤을 추는 오늘의 우리를 감히 누가 기억해 줄까...   

  

현대 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아름다운 불빛에 신비한 너의 눈은 잃지 않는 매력에 마음을 뺏긴다오...’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코드판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면 우리도 빙글빙글 춤추는 오르골일 뿐인 걸까. 오르골 속 인형들은 음료를 마시다 속절없이 음악에 맞춰 돌기를 반복했다. 오르골의 태엽이 모두 다 돌아가고 조용한 발라드곡이 들려오자 흥이 한순간 날아간 군중들은 모래알처럼 밖으로 흩어졌다.     


 호감을 느낀 상대에게 내민 용감한 손과, 순응의 뜻으로 그 팔에 이끌린 남녀들이 가득해진 무도회장. 남은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길 내심 바라고, 서로의 손을 잡은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도 춤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뜨거운 시선 아래서 불나방처럼 몰렸다. 자주 휘청이는 청춘들은 노래와 함께 운명을 기다린 걸까, 아니면 달빛과 노래에 자신의 명찰을 숨기는 가면무도회를 하고 싶었던 걸까.     


 친구들의 손을 잡았던 다른 손들도, 그 뜨거움을 뒤로한 채 결국 태양에 자신의 신분을 숨긴 모양이었다. 달빛은 내일의 태양이 최대한 늦게 올 수 있도록 강을 따라 최대한 늦게 흘렀다. 빛 아래서 춤추던 그 힘없는 나비들이 무사히 꽃에 닿길 바라며 달은 이슬처럼 조용히 키득거렸다.    

 






https://youtu.be/Tv1NUjja8v8?si=QgzxDokRmRJm-u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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