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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 Little Brand Nov 30. 2021

감성을 오감으로 공유하는 브랜딩

Oth,(오티에이치컴마)

이 글은 https://everylittlebrand.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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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멋진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전에는 TV나 신문에서 보는 유명한 사람들만 멋진 줄 알았는데, 요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멋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그 멋짐은 단순히 외모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감성, 그리고 그것들이 담긴 이야기와 콘텐츠들까지. 멋짐의 이유는 참 여러 가지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브랜드도 그런 멋진 사람 중 한 명이 오너인 브랜드입니다. 바로, '예진문' 님의 브랜드 'Oth,(오티에이치콤마)'입니다. 예진문 님은 사진작가이자 식물 인테리어로 이름을 알린 브이로거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또 유명인이 만들어서 유명해진 브랜드 아니야?'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오너의 '멋짐'을 빼놓고라도 이 브랜드에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브랜드로서의 'Oth,'가 어떤 '멋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명사형 브랜딩과 동사형 브랜딩

  Oth,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덕트는 '패브릭 포스터'입니다. 요즘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 창문에 걸린, 혹은 테이블 위에 깔린 패브릭 포스터를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렇다고 Oth,를 단순히 '포스터를 만드는 브랜드' 혹은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의 브랜드 소개에도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Oth,는 일상과 여행 속에서 받았던 영감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들을 마치 간접적 체험이 가능한 사진전처럼 풀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OOO를 파는 브랜드입니다'라는 정의 대신, 브랜드를 통해 하려는 일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저는 이 문장을 보고 방송인 장성규 씨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 학생에게 해주는 조언이었는데, '자신의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정의해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신도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말을 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였다고. 브랜드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브랜드의 본질을 명사로 규정하는 순간,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프로덕트의 카테고리로 들어가 버리게 됩니다. 이른바 '명사의 프레임'에 갇혀버리는 것이죠.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비자의 기존 인식 속에 있는 정확한 위치에 포지셔닝하기는 쉬울 겁니다. 하지만 아마 그 자리엔 수많은 다른 브랜드들이 존재하고 있겠죠. 반명 동사로 정의된 브랜드는 '그래서 대체 뭐하는 브랜드야?'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지 모릅니다. 그것을 증명할 것은 결국 프로덕트입니다.


감성을 오감으로 공유하다

  좀 오그라들긴 하지만, 언젠가부터 '감성'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긴 것만 같습니다. 이를테면, '감성 카페', '감성 인테리어', '감성 숙소'와 같은 식이죠. 각기 다른 카테고리지만, '감성'이라는 단어가 접두어처럼 붙음으로써 '감성 OO'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감성'이라는 것, 대체 뭘까요? 모든 사람의 감성은 제각각 일 텐데, '감성'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톤앤무드가 있을 수 있을까요? 네,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감성이란 굉장히 모호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감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다른 매개체를 빌려야 하겠죠. 예를 들면, '나는 이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너도 이 영화 좋아하니?'처럼 영화나 책, 혹은 어떤 취향이 그런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Oth,의 매개체는 바로 감각입니다. 그러니까 시각, 후각, 촉각 등의 오감 말이죠.

  "시각, 후각, 촉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상품을 제작하여 여러분의 공간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Oth,의 상품 카테고리(2021.11 기준)는 '시각'과 '후각'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구분이죠. 시각 카테고리에는 그 인기 있는 패브릭 포스터가 있습니다. 또 '해무'를 표현한 인센스 홀더도 판매한 바 있습니다. 후각 카테고리에는 인센스 스틱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브랜드로 묶이기에는 전혀 다른 제품군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Oth,라는 브랜드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설명한다면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저는 그 동사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브랜드의 감성을 소비자의 오감으로 공유하는 일.

  앞으로 Oth,는 또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어낼지 모릅니다. 브랜드의 감성을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구도 '이 브랜드가 왜 이런 걸 해?'라고 묻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사형 브랜드 정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아닐까요.


사연 없는 프로덕트는 없다

  저는 마케터로 꽤 오래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그중에는 잘 된 것도 있지만 처참히 망해버린(!) 프로젝트도 분명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누구도 그런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연 없는 프로젝트는 없는 법이죠. 의사결정자의 잘못된 선택 탓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실수, 혹은 예산 등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브랜드가 이해할 수 없는 캠페인이나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그냥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 사연이 있었겠지~'

  그리고 Oth,의 프로덕트들을 보며 또 한 번 깨닫습니다. 브랜드에도, 제품에도, 다 사연이 있구나! 여기서의 사연은 위와 같은 슬픈 사연은 아닙니다. 좋은 사연, 그러니까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만한 사연, 흔히 '프로덕트 스토리'라고 말하는 이야기들입니다. Oth,의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기능적인 설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렉터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패브릭 포스터에는 그 사진을 찍으며, 그 장소에서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인센스 스틱 #3. '찬란한 니스 해변'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습니다.

  "바다에 해피 바이러스가 퍼져서 물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지, 아니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어있던 바다에 생기를 넣어준 것인지.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니스의 바다 모든 곳에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조용할 틈이 없었다."

  프로덕트에 이야기가 더해지는 순간, 이 제품은 단순히 좋은 '향'을 남기기 위한 기능적 물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공유하고 싶은 순간과 공간의 향기를 충실히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죠. 어떤 원료를 썼고, 몇 개의 스틱이 들어있는가는 그다음입니다(물론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Oth,는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 일상과 여행의 기록들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도 만들었습니다. 첫 유럽 여행의 기록을 담은 사진집 [동행 : 한 여름밤의 꿈]이 그것인데, 텀블벅 펀딩으로 무려 888%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마감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와 프로덕트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다시 콘텐츠가 되는 선순환이죠. 좋은 사진은 게티 이미지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만으로 책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든다면 과연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요? Oth,의 사진에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 좋은 향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덕트와 이야기가 있는 프로덕트의 결말은 이렇게나 다릅니다.




  Oth,의 멋짐을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브랜드의 감성을 소비자의 오감으로 공유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만들고그 프로덕트에 브랜드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프로덕트 외에도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간다. 정리하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이 것들을 잘 해내는 건 늘 간단하지 않죠. Oth,는 이 모든 것들을 너무나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프로덕트와 콘텐츠로 그들의 감성을 우리와 함께 나눌지, 기대하며 기다려봅니다.


*브랜드 인스타그램 : @othcomma

*브랜드 웹사이트 : https://othcomma.kr

*이미지 출처 :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 및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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