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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Aug 12. 2024

리볼버

 영화 '무뢰한'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같은 감독이 찍은 영화라고 하여 '리볼버'를 보러 갔다. 한 시간 동안 졸았다. 재미가 없었다. 빌드업을 지루하게 만들어 놨다. 1시간 경과 후 뭔가 조금 사건이 본격 시작된다. 사건은 다름 아닌 '양아치 싸움'이라고나 할까. 동네 깡패들과 전도연이 쌈질을 하고 리볼버로 협박하여 받아야 할 돈을 받는다.

 그런데 그 '받아야 할 돈'도 경찰 근무 중 생긴 비리를 덮어쓰고 애인을 위해 감방으로 들어가면서 획득된 것이다. 감방에서 나오자 돈도 애인도 사라진 것. 오로지 ''을 찾기 위해  자기  ''을 찾기 위해 돌진한다.

 '집'과 '돈'은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다. 집값이 너무 비싸 결혼, 출생률이 모두 떨어지고 내 임금으로는 도저히 사기 힘든 집값 때문에 절망하고 결혼과 사랑도 포기하는 시대다. 그래서 그녀의 욕망이 낯설지 않다. 물론 전도연에게 '집'이란 사랑하는 그와 함께 하려던 안식처였다. 그런데 재미가 없는 게 문제다.

 특히 전도연이 입은 옷이 웃겼다. 굳이 그 옷을 입는 게 맞나 싶다. 조폭스러워 보이는 옷이랄까. 큰 호랑이 무늬인지, 용 무늬인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금박무늬의 청재킷을 입고 있다. 좀 오버스러워 보였다.

 전도연이 무당집에서 무속 장식물을 배경으로 이 옷을 입고 앉아 있을 때는 오히려 그녀가 무당처럼 보이기도 했다.

 후반 1시간은 전반 1시간보다는 좀 낫지만 결국 '돈'을 찾은 그녀가 술을 마시고 때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임지연이 엔딩이다.

아, 이렇게 끝난다고? 여기서 끝? 뭐지? 감방에 있는 동안 자기 애인과 살았던 임지연과 함께

죽은 애인을 사이에 두고 남아 있는 두 여자로 끝나는 르와르? 어떤 영화평론가는 '사랑이야기'라고 영화에 대해 말하던데 그와의 추억이자 약속이던 집을 되찾기 위해 '돈'에 대한 집착과 복수로 해석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비약인 것 같다. 

 그냥 비리를 저지른 경찰,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엉망이 된 인생 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애인을 위해 즉 사랑 때문에 죄를 뒤집어쓰고 들어갔으나 남자는 고 돈가방만 남은 쓸쓸함과 인생허무로 끝나는 이야기로 봤다.

 영화 '무뢰한'에서도 경찰 '김남길'이 살인자의 여자 '전도연'을 만나 점점 사랑에 빠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감독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페르소나가 있나 하는 의심도 든다. 경찰이 주인공이면 사건 벌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기 쉬우니까.

  전도연, 이정재, 지창욱, 임지연, 김준한을 조합으로 해서 망작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전작이 훌륭하다고 항상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참 어려운 작업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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