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에서 한 연예인이 작명소에 갔다.
당신의 이름이 음양이 안 맞아서 시작을 못 하는 성격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오십이 넘어 결혼을 못 하고 있으면 무슨 핑계라도 대야 할 것 같은데 그럴듯한 말이다.
한자를 쓰지 않는 요즘 세상에 한자 획수로 음양을 세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우리 애들은 한자이름이지만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만들었다. 첫째는 할아버지가, 둘째는 내가.
그런데 어릴 적 둘째가 천식에 걸려 자주 아프니까 외할머니가 철학관에 데리고 갔다.
이름 탓이라며 10만 원 달라는 걸 9만 원밖에 없어서 9만 원을 주고 받아 왔다. 당시 내 월급이 오육십만 원 정도 된 것 같다.
비싼 이름을 받아놓고는 몇 번 부르다가 말았다.
살다 보면 내 힘으로 안 될 때가 있다.
무속, 종교, 철학관, 작명소 다 가봤지만 문제를 그들이 해결해 주지는 못 했다.
결국 내가 정신 차리고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걸 해 나갈 때 극복이 되었다.
극도로 불안하면 그들의 말에서 약간의 긍정적인 힘을 얻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는 게 최고란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