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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연 Jul 14. 2022

제주를 내려다보며

환경을 망가뜨리는 농업-비닐하우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한다. 

파도가 그 생명으로 꿈틀대는 바다를 지나면, 익숙한 한라산과 정겨운 제주의 모습이 나타난다.

제주는 언제나 반갑다.

짙은 바다와 마을을 경계짓고 있는 검은 현무암과 군데군데 눈길을 잡는 모래사장.

지금은 'ㅇㅇ비치'라고도 했는데, 그냥 '해수욕장'이 좋았다. 


최근들어 전과 다르게 제주를 내려다 보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번뜩거리는 비닐하우스로 푸르름을 잃어가고 있는 섬 - 제주.

하루가 다르게 급속팽창하고 있는 비닐하우스는 마치 은빛 괴생명체로 보이기도 한다.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남원읍과 같이 절반에 가깝게 하우스가 덮은 곳도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성사진


예전엔 노지에서 재배하던 감귤이 이젠 그 이름에 걸맞는 시설재배로 변신하는 중이다.

한라봉, 천혜향..어쩌구 저쩌구(더이상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계절마다 다른 푸르름으로 온 섬을 감싸안은 보리, 유채, 양배추, 당근이 있던 자리를 비닐하우스가 잠식 중이다.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을 낸다며 정부의 정책자금(저리대출)을 끌어다 너도나도 하우스 짓기에 뛰어들고 있다.

최소 1억 원에서 수억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부으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과수원(아니 과수생산시설)에 대해 걱정을 해본다.

생태계는 어찌되고, 빗물-지하수로 순환되는 수자원은 어찌되는 것인가?

몇 해 전까지도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 들을 수 있었던 맹꽁이 소리가 사라졌다. 

밭에서 과수원에 숨바꼭질하던 그 많던 곤충들은 비닐하우스 속에 격리되었을 것이다.

 바람이 흐르지 못하고, 빗방울이 닿지 못하는 비닐하우스는 얼마나 갑갑한가?


여기에 청정 운운하며 늘어가는 태양광발전까지... 

전기농사라며 멀쩡한 밭을 갈아엎고, 과수를 베어내며 시멘트와 철구조물을 세웠다.

궂이 제주와 같은 섬에 태양광을 세워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나라가 전력이 부족하여 모든 지방이 자급자족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관광객이 와서 사용할 전기가 부족하다면 지금처럼 송전되는 전기를 쓰면 안되는가?

대신 푸르른 아름다움으로 전 국민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면 말이다.

강원도 부터 제주까지 모든 곳이 똑같은 쓰임새를 가질 필요는 없다. 

보다 유용하게 가치있게 사용될 수 있다면 말이다.


언젠가 법으로 비닐하우스를 금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나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농업은 친환경적인 생명산업이 맞는가?

나는 생명의 활기로 가득한 푸른 제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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