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죽어라 하면서,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사회?
한글날이 되거나 혹은 종종 이슈가 되는 논쟁의 하나.
몇 일 전 원로 언론인이 대통령을 만나 한자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건의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정말 한자는 러시아어 처럼 그냥 외국문자 인가?
그래서 세종께서 애민의 심정으로 만드신 한글에 맞지않으며, 나라사랑과 동격으로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좀 과격하게 표현해서 순혈주의 처럼 문자에서도 이질은 솎아내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적 대학교재는 최소 1/5은 한자로 되어 있었다.
경제학, 의학, 법학, 심지어 공학 전공서적, 컴퓨터 교재까지 그랬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일본에 의해 교육체계로 들어온 아시아권 전공서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질병, 수술과 같은 분야는 한자어가 주류를 이룬다.
의학 드라마에서 보듯이 전문용어를 영어로 사용한다면 환자와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같이 한자는 우리 삶의 깊은 곳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문자는 소통이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상호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짧은 byte로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더 할 나위없다.
요즘 한글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자판입력의 효율성과 풍부한 표현력에 있다.
그러나, 정도/위치/여부/도구와 같은 다양한 의미에서 사용되는 한자를 배제한다면 그 효율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칡과 등나무를 뜻하는 '갈등'의 비유처럼 단어의 확장성은 얼마나 놀라운가?
몇 해 전 대학교수로 있는 친한 대학선배가 중학생이던 내 아들에게 한문을 공부해보라 하셨던 적이 있다.
이 선배는 컴퓨터 계열의 교수였다.
내용인 즉, 남들이 안하는 한문을 해두면 분명 유용한 능력이 될 거라고.
동감이다.
요즘 젊은세대는 한자를 모른다.
이건 중국 청년들도 마찬가지이다.
공산당이 간체자(간단하게 만든 글자체)를 만들면서 기존 한자를 변환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옛 문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말씀 언(言) 을 간단하게 삼수변 비슥하게 한 획으로, 많은 경우 단순화해서 x 처럼 써버린다.
한번은 請을 淸으로 오해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문화적 경계긋기에 반대한다.
이건 우리문화, 저건 너희문화 이렇게 나누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조선시대 양반대감님들도 북방의 영향으로 귀걸이를 하기도 했다한다.
문화란 사람과 문물의 교류에 의해 화학적결합을 일으켜 변화하고, 진화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그 자체이고, 세계인의 삶의 양식이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외국 어디 시골에서 한글로 자신의 말을 표기하고, 한식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먹는 시대에 편가르기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문화가 무슨 특허도 아닌데..
안중근 선생이 주장했던 만국공동체, 범 세계주의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