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신과의 대화

<사신, 생명을 논하다>

by 태오






“지금 네가 먹은 부분은 과거야.”


“네?”


“그러니까 먹은 부분은 어릴 때야, 꽤나 달지?”


”네... 그러네요.”


나는 잠시 초코바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신기하네요.

어릴 때는 다 기뻤나 봐요,

떠오르지도 않는데도 말이죠”


사신은 어깨를 으쓱하고서

핸들에 한 손만 올려두었다.


“만약에, 모든 과거를

간직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


태어날 때부터 어제까지를

모두 간직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잘 모르겠어요”


“응, 모두가 그럴 거야,

좋은 추억만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사신은 다시 핸들을

두 손으로 잡고서 말했다.


“그래서, 조금씩 잊어서

지금에 만족하려고 하는 거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사신을 바라보았다.


사신은 담담한 목소리로

핸들을 돌리고서 말했다.


“너는 과거의 상처를

계속 간직한 채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상하게도 나쁜 기억은 오래 남으니까요.”


“그게 문제라는 거지.

나쁜 기억만 오래 남는다는 것.”


“...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나쁜 기억으로 좋은 추억을 덮어버린 것.”


사신은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 가면 뒤에 숨겨진 피로가 느껴졌다.






사신은

잠시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은 듯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생님과 친구를 판단했던

나와는 다른 침묵이었다.


그 모습에 나도

잠시 과거를 떠올려봤지만

좋은 기억은 없었다.


“나도 가끔은 나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

하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기분만 더러워지지.”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잖아요.”


“그래, 잘 되지는 않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긍정을 바라는 건 아니야.

때로는 힘들더라도 그게 나라는 걸 알아야 하니까.”


“그러면, 둘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

좋은 기억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그런 건 없어.

그랬다면 그 초코바의 맛은 무맛이 될 거야.

좋은 추억만 가득했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 네.”


“왜?”


“그야, 좋은 추억만 가득하니까요.”


“그러면 좋은 추억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지는 거야?”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기준을 정해서 기억들을 나누고서

나에게는 좋은 추억이 많다, 나쁜 기억이 많다

스스로를 단정 지으면 어떻게 될까?”


“... 그건”


“이미 그 자체로 그 사람은 불행한 거야.”


사신은 한숨을 쉬고 난 뒤,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사람에게는 정할 수 없는 본질이 있어.

그 본질은 자신의 과거에서 나오지”


나의 본질,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는 내게

사신은 어떤 대답을 줄까.


"근데, 그런 본질을 과거만으로 정할 수 없어

아까 전에 먹은 부분이 달콤한 이유인 거야"


사신은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이미,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한 거야

고리타분한 말이라도,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해

그래야 죽음을 쉽게 생각하지 않거든"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더 먹어봐”


멍하니 있다가

사신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초코바를 무의식적으로 한입 먹었다.


“왠지 모르게 쓰네요.”


“그 부분은 현재야, 지금 상황과 잘 맞네.”


“... 그러게요.”

“너무 축 늘어지지 마

더 썼던 사람도 있었어.”


사신의 위로가 닿지 않아서

잠시 창가로 밖을 바라보았다.


일렬로 서있는 가로등들이

우리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잠시 마음을 정리하고서

나는 사신에게 물어보았다.


“현재가 쓴 거면, 꽤 잘못 산 걸까요?”


“부정은 하지 않을게.

지금 나와 있는 게 잘못된 거니까.”


그 말에

메마른 웃음만 나왔다.


그런 나의 표정에

사신은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 그 쓴 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제가 겪었던 고통에서 왔지 않았을까요?”


“절반은 정답이야.”


사신은 한쪽 손을 올려

나의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천천히 쓰다듬자,

왠지 모르게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더니

죽기 전의 내 모습이 보였다.


절실한 마음으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었지만

오히려 그걸로 더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


멀어진 부모님께

어렵게 말을 꺼내봤지만

“미안해, 너무 바빠서”

라는 말로 피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이때부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미안해, 때로는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있거든.”


“... 왜 이런 짓을 하신 거죠?”


“누구나 사람의 깊은 곳까지는 알지 못해.

그걸 알아도, 그때의 감정을 완전히 공감하지도 못하고.”


사신은 잠시 핸들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 정말로 힘들었구나.

억지로 생각나게 해서 미안해.”


그 말에 나는 조금씩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은 조금씩 비가 되었다가

폭포가 되어서 마구 흘러내렸다.


사신은 조심스럽게

한쪽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죽고 나서야

구원받은 것 같았다.






“... 그나저나,

아까 절반만 정답이라고 하셨죠?”


흘릴 눈물을 다 흘리고 나니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응,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라고 말하겠지만...”


사신이 머뭇거리는 모습에

나는 더욱더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나요?”


“... 그렇지.”


사신은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가면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한 사람의 경험담 같은 거야"


사신은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아, 내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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