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7
오늘은 동생이 서울에 올라왔다. 내 동생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동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 말을 듣고 공부를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도 나왔지만, 동생은 커녕 나 자신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동생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27살이다. 96년생. 교회에 친한 동생들도 딱 그 나이다. 유튜브에서 또봇을 보면서 웃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기쁘면서도 슬펐다. ‘너는 아직도 어리고 앞으로도 어리겠구나’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인데, 기분이 참 묘했다.
사실 나는 동생과 친하지 않다. 친하다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동생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깊은 마음을 나눈 적은 없다. 나는 주로 외동처럼, 가끔은 아빠처럼 컸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에 친한 동생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동생과 대화하는 기분은 이런 거구나. 솔직히 가끔씩은 ‘내 동생도 이랬으면‘, ’얘네가 내 동생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도 안다. 이런 생각은 내 동생에게도 그 친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걸.
맞다. 같이 나이 먹어가는 입장에서 형 노릇 오빠 노릇할 것도 아닌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냥 전부 다 친구지. 그래도 같이 나이 먹어가는 느낌,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괜한 푸념 한 번 해봤다. 못난 형이라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