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no.11
비산동 우체국사거리에서 안양사거리까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더려던 나는 안전선에 막혀 돌아섰다. 그런데 길이 계속 공사판으로 이어져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다. 곳곳에 흙이 파헤쳐져있고, 가야하는 길은 빨간 테이프가 쳐져있다!
결국 나는 우리가 모여있던 장소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이 한 그룹씩 빠져나가고 우리가 가장 마지막에 남았다.
나는 그 와중에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탈의 하려던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허리춤부터 머리께까지 뒤집어야만 벗을 수 있는 옷이 매번 꿈 속에서 그렇듯이 이미 벗은 줄 알았는데도 또 벗어야 할 옷이 나온다. 나는 남은 사람들에게 뒤를 돌아 잠깐이라도 바리케이트를 쳐달라고 말했다. 다행이 나는 탈의중 검은 내의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의 틈 사이로 나의 벗은 모습이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건물을 짓다 만 듯한 잔해를 통과한다.
나이 어린 아이가 그곳을 건너다 실패해 아래로 떨어진것 같은 장면이 보인다.
나는 몇 개의 험악한 건물을 애써 통과해왔지만, 그 순간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 이제는 깨어날래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선언한 이상 나는 떠오를 수 있다.
아빠는 나에게 미련이 남는지 손을 뻗는다.
나는 날아오르던 내가 다시 아빠에게 당겨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꿈속에서 날아오르다가도 다른 힘에 의해 다시 멈춰질 수 있는 거구나.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다시 내 의지대로 날아오르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제는 방향을 잘 선택해야한다. 자칫 잘못하다가 아빠의 내장을 뚫고 들여다보며 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머리에 콘크리트가 느껴진다.
날아오를 때는 벽의 두께가 중요하다.
다행이 천장은 종이장 처럼 얇다.
# 루시드드림
# 자각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