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사용법3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다

by 보라유리

새벽에 전화가 왔다.

김서방은 떡을 주문해놓았으니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왠 떡?'

나는 곧 팥고물이 표면에 묻어있는 작은 회색덩어리인 수리취떡을 떠올렸다.


'이 시간에??'

의심을 뒤로 둔채 새벽빛으로 어스름한 오피스텔 밖으로 나갔다. 건물앞으로 회색 소나타 한 대가 지나갔지만 그건 아니었다. 나는 급하게 나오느라 휴대폰을 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물건은 어떻게 받는담..'

국민은행 주차장 앞에 낡고 오래된 회색 중고차 한 대가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 물건을 받아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좁은 차에 조선족 느낌이 드는 남자 넷이 앉아있었다. 떡 한봉지를 전해주러 오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다.


물건을 건네받고 결재를 하려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위에 두고 왔다는게 생각났다. 나는 내가 물건만 받아가려는게 아니고, 진짜로 카드를 가지러 가야한다는 걸 증명해보여야 했다. 그래서 내가 가져간 작은 가방을 두고 잠시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 어색한 분위기 속에

"아저씨들, 네 분이나 이 시간에 여기 과천까지 멀리 오셨는데 같이 여행이나 하는 셈 치셔요"라고 말하며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억지 웃음을 지어냈다. 뭔가 그들이 여기까지 온 노력이 뻘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설득하지 않으면, 내가 물건은 받고 돈을 가져오지 않아서 촉발되고 있는 이 긴장된 분위기를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떡봉지를 들고 오피스텔로 향하다가 문득 그들이 내밀었었던 계좌번호의 허접한 쪽지가 떠올랐다. 숫자가 써있긴 했지만 화살표와 알수 없는 기호가 조잡하게 쓰여있던 그 문자(?)를 떠올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꿈이구나.

나는 그들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도,

이 시간에 그 말도 안되는 지령을 수행할 필요도 없다.


그러자 내 몸은 위버필드 상가 근처를 바로 날아올랐다. 건물의 지붕 위로 얇게 하얀 눈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동안 날씨가 더웠는데 이렇게 눈이 오니 참 쾌적하구나..이런 생각들을 했다.


아쉽게도 비행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지만

깨어나서 그 꿈을 다시 곱씹는다.


꿈이 루시드드림(자각몽)이라는 것을 알려면 꿈 속에서 자기 손이나 발을 인식하고 거기 집중하면 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나도 그런 방법을 써야 루시드 드림이 자각이 됐지만 오늘은 그 상황이 한낱 꿈이라는 것을 '조잡한 단서'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


꿈이 현실의 모조품이라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하는 데이터의 헛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꿈을 통해 일상을 돌아본다. 나의 일상에서도 내가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의무를 강요하는 상황이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현실이라는 이상한 꿈에서도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루시드드림

#자각몽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꿈 사용법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