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사용법2

사람에 주목한다.

by 보라유리

꿈 속에서는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물론 꿈의 주연은 '나'이지만 나의 무의식이 창조해 낸 조연급 캐릭터의 다양성에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특히 꿈의 묘미는 내가 전혀 불러들이지 않은 예상밖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은 교실 모니터를 수리하러왔던 기술자가 나에게 인생에서 '장미'를 깨닿고 온전히 감상하는 법을 알려줬다.

어느 날은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그 내용이 '슬레이트'라는 그 싸구려 소재가 어떻게 하중을 지탱하게 됐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듣고 나는 내가 만들던 조금 큰 도자기 작품의 하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찐인 내 꿈에서 등장해서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과학자, 엔지니어들은 대체 어디서 등장한 것인지..이정도면 내 꿈에 캐스팅을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만남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반대로 내가 강의하는 사람이 되어 설교를 늘어놓았다.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만난 후배가 내 책에서 AI저작권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사실과 맞지 않아 변호사 출신 친구들과 설왕설레 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변호사 출신 후배가 없다!)

그런걸 언급한적 없으니 특별히 문제 되지는 않을거라며 둘러대는 나에게 후배는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강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후배에게 나의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우쭐해졌다. 질문 받았던 그 순간에 떠오른 것이었지만, 마치 내 생각을 평소에 정리해놓은 것처럼 포장하여 신나게 떠들어대는 나를 발견했다.


'강의에서는 첫 번째 <관계>가 중요해.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청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하는거지. 나는 때에 따라서는 강의 들으러 오는 사람을 오히려 '오늘 나의 성장을 돕기 위한 선생님'의 관계로 올려놓기도 해.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연결>이야. 이건 관계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한데, 강의 내용 자체보다도 거기 같은 관심사를 갖고 온 사람들이 새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거지.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강의할 때 <나만의 시그니처 스킬>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건데..혹시 너한테는 그런게 있어?'


나는 속으로 '나한테는 있지...'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후배와 길을 걷는 짧은 순간에 그게 뭔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게 아쉬웠다.


너무나 생생한 꿈에 지금 생각해보니 후배가 나고, 꿈에서 말한 내가 다른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평소에 나는 저 세가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번 꿈에는 조연급 인물에게 더 집중해봐야겠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