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을 가장한 선물 보따리
공부와 부모님 잔소리에 찌든 아이들이 바다로 떠날 계획을 한다.
지명을 착각하여 잡아놓았던 숙소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와버리고,
한여름 바다의 로맨스를 꿈꿨던 상상과는 반대로 접근해오던 미남(?)들에게
사기까지 당해 짐마저 전부 도난당한다.
길을 헤메다 산골짜기 마을에 도착하는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 그만 들어가버린 집에서 도둑으로 오해를 받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밥상과 캠핑장 숙소까지 대접받는다.
마을 사람들이 추천해준 산 등성이에서 안개가 깔리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며
아이들은 이야기한다.
"야, 그래도 좋지 않았어?"
뮤지컬 공연이 끝난 후 감정에 복받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던 아이들 사이에서
뻘쭘하게 서있던 나는
리셉션 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런데 그만 눌러둔 눈물이 터져나온다.
이번에도 쥐어짜이는 눈물이다.
뮤지컬 속 아이들의 여행과 나의 인생 여행이 자꾸 겹쳐진다.
항상 예상대로 되지 않았던,
믿는대로 가지 않던 나의 삶.
그런데 나는 지금 여기서 아이들이 온몸으로 노래 부르며
나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인생의 비밀을 선물로 받고 있다.
아무리 내 맘대로 굴러가지 않는 나의 삶이라도 "좋지 아니한가!"
처음에는 좌절을 가장하고 내게 다가오지만
결국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어떨때는 나에게 과분하기까지한 선물 보따리가
눈 떠 보니 나의 손에 들려있다.
내일은 왠지 더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오늘 자기들이 만들어낸 공연이 어떤 한 사람에게
이렇게도 복받치는 용기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