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커타행 열차를 타다
보드가야에서 친구 롭상 텐파와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다음 경로를 고민해야 했다. 뭄바이로 갈 것인가 캘커타로 갈 것인가 하는 선택이었다. 이미 델리에서 서쪽으로 이동해온 터라 캘커타를 들렸다가 남쪽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캘커타로 향하기로 했다.
물론 이렇게 결정하기까지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로 이동해 올 때, 독일인 남녀 여행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남쪽에서부터 지금까지 3박 4일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고 했다. 천진하게 웃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죽어도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고, 또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그래서 멀고 먼 뭄바이로 향하기보다는 캘커타로 향하기로 했다.
캘커타에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운영하는 하우스가 있었다. 꼭 가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이 아니면 살면서 언제 또 한번 방문할 기회가 생기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캘커타로 향하는 지옥의 열차에 올라타게 되었다.
| 열차 안에서의 광경들
사실 인도의 기차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준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보통 5-6시간은 기본이고, 8-10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일도 흔한 인도에서는 기차 여행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침대칸을 이용해도 시설이 열악한 건 마찬가지라 보통은 제일 싼 요금을 지불하고 이동하곤 했었다.
인도에서 기차에 탑승하는 경험은 14평 원룸에 3,000명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해준다. 퇴근 시간 서울 1호선 지하철도 만만치 않은 압박감이 들긴 하지만, 인도의 기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14평 원룸 안에 들어와 있는 이 3,000명의 사람이 열차가 출발하면 어떻게든 모두 바닥에 앉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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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놀라운 사실이 있다. 14평 원룸에 3,000명이 들어와 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인도의 차인 '짜이'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신기 묘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미 인도에 적응한지도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으므로 나는 과감하게 머리 위에 있는 짐칸으로 올라가 누워버렸다. 동양계 외국인이 짐칸에 올라가 눕자, 인도 사람들은 신기하게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이내 그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인도에서 기차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낯선 풍경이 있다. 화장실 시설이 열악한 인도에서는 아침에 사람들이 기찻길 옆에 주루룩 앉아 대변을 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바가지 하나를 들고 바지를 훌렁 내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정녕 지금이 20세기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문화와 사회의 차이는 때로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의 범주 밖에 존재하기도 한다. 파트나의 기찻길에도 수많은 이들이 바지를 내리고 있었다.
| 기차가 떠나고 난 뒤, 나 홀로 파트나에 남겨져...
나는 파트나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환승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촉박하게 움직여야 했고, 나는 내리자마자 역사 안으로 들어가 역무원에게 물었다. "캘커타로 환승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역무원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역무원이 모르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합니까?" 역무원은 다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굉장히 느긋했지만, 내 속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파트나는 그리 치안 환경이 좋은 도시가 아니어서 길게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 기차를 놓치면 승차권을 다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들어오는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붙잡고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캘커타행 기차를 어디서 환승해야 하는지 답해주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뛰어다닌 결과, 결국 환승 시간은 지나갔고, 나는 파트나 승강장에 남아 있었다.
과연 캘커타행 기차가 있긴 했던 것일까?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았고, 되는 일이 없다는 측면에서 과연 인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갈면서 "이놈의 인도!!! 딸기씨 같은 인도!!! 수박씨 같은 인도!!! 깔라만시 같은 인도!!! 3x6=18"을 외쳤지만, 결국 내 힘만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 어두운 파트나 거리
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도심에서 인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더 이상 머물다가는 거리에서 밤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몇 군데의 숙소를 들려서 가격 흥정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숙소비용이 너무 비쌌다. 몇 군데를 돌고 나니 거리의 어둠은 더 짙어져 갔다. 이제는 선택해야 했다.
파트나의 거리, Unsplash
너무나도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돌아다닐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아서 그냥 적당한 호텔에 숙박하기로 했다. 비용을 지불하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시설은 최악이었다. 델리에 도착했던 첫날만큼이나 모든 시설이 엉망인 숙소였다. 특히 변기는 지옥으로 직통하는 구멍과 같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각종 과일 이름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인도를 떠나야겠다. 깔라만시!!!
파트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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