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첫 느낌은 두려움과 떨림을 동반한 낯섦, 그 자체였다. 이미 호텔을 예약해두었지만, 비행기는 12시가 넘은 밤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풍겨오는 이국적인 냄새와 열기가 느껴졌다.
낯선 두런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허름한 공항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공항의 바깥쪽은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릭샤꾼들이 몰려들었다. 알 수 없는 말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값싸고 좋은 숙소를 소개해주겠다는 그런 종류의 말들이었다.
사실 인도에 오기 전에 인도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 여행 정보들을 찾다가 접하게 된 소문들이 있었다. 인력거를 타고 늦은 밤 공항에서 숙소를 향해서 나섰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될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가를 거닐다가 다음 날 강 위에 시체로 떠올랐다는 이야기까지 마치 도시 괴담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있었다. 딱히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날이 밝을 때까지 공항에서 뜬눈으로 지새우는 편을 선택했다.
날이 밝은 후 오토릭샤라고 불리는 일종의 택시를 잡아타고 빠하르간지 메인 바자르로 향했다. 빠하르간지는 많은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왔다. 오랜 시간의 비행과 공항에서 지낸 간밤의 피로가 몰려왔다. 숙소를 살펴보고 고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가장 먼저 보인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선풍기의 날갯짓 소리가 불안하게 들려온다. 방문 밖에서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들려왔다. 한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벽이 투명해지고 방문 밖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선풍기의 날갯짓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내 몸을 더듬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풍기의 날갯짓 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 시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흔해 빠진 한국 사람이 인도 거리에서는 꽤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 중국 사람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비슷하지 않다. 마치 인도 사람과 파키스탄 사람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후에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본 사람은 대부분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옷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과는 다르다. 한국 사람은 대부분 버리고 갈 요량으로 집에서 입던 철 지난 옷을 입고 여행하기 마련이었다. 중국 사람은 중국말을 한다. 그래서 서로 달랐다.
H와 나는 그렇게 서로 달랐던 것뿐일까?
그저 그렇게,
같아 보였지만,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뿐일까?
#푸쉬카르, #단편소설, #인도여행, H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