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 Aug 13. 2023

사회화  T

극 F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나는 맹신자까지는 아니어도 MBTI를 어느 정도 신뢰한다. 특히  F와 T, J와 P


 취업 전에는 항상 ISFJ가 나왔는데 회사생활을 하면서 ENFP, INTP 등등 아주 그냥 다양하게 나온다. 근데 그중에 가장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성적인 성향이 많이 생긴 T라는 것이다. 


 본디 나는 프로공감러이고 거기다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호구 중에 호구였다. 근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내 성향에 스며들어 일할 때는 굉장히 '너 T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생겨났다. 어찌 보면 안 그래도 힘든 세상 더 이상 호구처럼 살면 안 되겠다고 스스로 계속해서 되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회사에서 모든 잡무를 "거절하지 못한 이유"로 다 해서는 안된다. 물론 신입에게 큰 프로젝트, 비중 있는 업무를 시킬 리가 만무하지만 너무 잡무만 해서는 세상 현자타임이 와서 못 버틴다. 근데 그 안에서도 나만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사소한 업무라도 성과를 만들 수도 있다. 근데 보통의 사람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같이 무언가에 쉽게 질리는 타입이라면. 단순 반복의 작업은 대부분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우회로 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려 노력했다. 어떻게 상대방 기분이 나쁘지 않게 내 상황 설명과 더불어 납득시켜 다시는 나에게 그런 잡일을 시키지 않게 할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1. 누구보다 세상 바쁜 척, 난 그거 말고도 할게 태산이다라는 스탠스를 보여주면 일을 시키려다가도 안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금 회사 한정일 수도 있지만 이직하게 되면 이 방법을 한번 더 활용해 효용성을 증명해 보겠다. 


2. 거절을 했어도 정말 정말 미안한 척 죄송하다고 하면 된다. 이건 내가 바쁜 모습을 보여주고 표정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느낌을 가진 채 "죄송해요 다음에 꼭 도와드릴게요!" 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아니야~괜찮아" 하면서 후진한다. (물론 안 그러는 눈치박치, 뻔뻔 쟁이가 어디든 있긴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T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다.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일개 사원에 팀의 막내이지만 윗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일을 제대로 못해서, 잦은 실수를 해서, 새로운 업무를 맡고 두 달은 정말 이러다 죽고 싶을 것 같다 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나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고 윗사람들은 무섭고 회사에서 일하기가 두려웠다. 정말 보수적으로 잡아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회사에서 울었던 것 같다. 입사하고 한 번도 운 적이 없는데..


 그러다 문득 지금 회사가 그나마 사람들이 좋고 분위기가 그렇게 험악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보다 더 힘든 회사를 가면 어떻게 버티려고? 정신 차려, 이거 별거 아니야, 결국 모든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모든지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해보면 어느 순간 별 고민 없이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애쓰려고 하지 않았다. 조급하지 않게 내 속도로. 실수해도 자책보다는 다음에 실수를 안 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이게 가장 회사 생활에서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근데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라는 말처럼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복기하고 의식해야 한다. 실수해서 속상해하기보다 이성적으로 뭐가 문제였는지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생각해야 스스로 발전하고 미래의 자신을 힘들지 않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F들이여. 일할 때는 T처럼 하자.

작가의 이전글 게으른 완벽주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