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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운 무스탕 Jan 19. 2022

<글쓰기> 엄마는 어디로 가신걸까

궁금한 이야기

출근길 눈이 펄펄 내렸다.

기분이 많이 좋아져서 늦었는데도 눈 내리는 걸 동영상으로 남겼다.

가족들이랑 친구에게 눈 온다고 좋아하며, 운전 조심하라며 톡을 보냈다.

나는 여전히 세상 풍파를 빗겨 맞은 아이 같은 사람이다.


그 눈이 퇴근길에도 내리길 기대하면서 20분 먼저 치과를 나섰다. 전화로 낼 아침에 기차 안에서 먹을 꼬마김밥을 샀는데, 낼 작업할 유에스비를 놔두고 온 게 아닌가. 망설이다가 이사회 전에 얼른 제출해야 맘이 편하니까 다시 돌아가서 가져가기로 했다.

 

돌아온 김에 그냥 마무리하고 집에 가면 더 편하겠다 싶어서 컴터를 켰다. 갑자기 친한 언니에게서 톡이 왔다. '뭐지?' 언니 어머니 부고장이었다.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더니 잠긴 목소리의 언니가 받았다. '얼른 갈게.'


뭐든 타이밍이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면 더 오래 걸렸겠지. 에라이~ 밤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하니까 김밥 먹는 게 낫겠다. 서류 정리 마무리하고 대장정의 길을 올랐다. 보고 싶은 드라마와 함께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장례식장 오는 길 내내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태어나서 여길 다 오다니, 앞으로도 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이때 문득, 엄마가 가신 길이 궁금해졌다. 엄마도 처음 가시는 길일 텐데, 낯설지만 성격상 호기심 있게 잘 가셨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길이 처음이 아니라면??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을 쓴다. 와봤던 길이라는 걸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표현을 쓸 리가 없다.


혹시 엄마는 집에 가신 걸까? 왜냐하면 일본어 표현에서 집이라는 곳은 항상 돌아간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집은 가는 곳이 아니라 원초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이라서 그렇단다.


깔끔한 엄마의 웃는 영정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원래 입에 대지도 않는 육개장이 술술 들어갔다. 엄마가 어디로 가신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젠 편하실 거라는 생각은 든다. 근 40년 넘게 아프셨기 때문에 언니가 더 이상은 못 잡겠다고 했다. 맞다. 엄마, 새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어디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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