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by 엘링 카게

by 봄봄


누구나 아는 유명하고 뻔한 작품으로 꽉 찬 컬렉션이 아니라 “오!”, “와~”를 연발하게 되는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라면 궁금해진다. 그 사람이 작품을 선택해 구매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말이다. 전자가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취향이 제대로인 사람이다. 브랜드 로고만 눈에 확 띄는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인지 티가 나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취향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은 낯선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취향이 깃든 독특한 컬렉션을 구축해 가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노르웨이의 변호사이다. 절대적인 기준이나 상대적인 기준이나 어떤 잣대로든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제목에 낚여 책을 펼치면 이 부분에서 우선 배신감이 든다. 하지만 저자의 위트가 깃든, 진정성이 느껴지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배신감은 사라지고 저자의 컬렉팅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성공적인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능을 따르는 법을 배우고, 가능한 한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사고, 그리고 파는 것까지 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미술계를 직접 경험해 보고 결정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좇아야 할 때도 있고 거스르거나 무시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컬렉터로서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은 호기심과 결단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경험에서 나온 실용적인 조언을 해 준다. 그는 눈뿐 아니라 코와 귀도 동원해 작품을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냄새를 맡는 좋은 코도 필요하고 미술계의 최신 뉴스에도 정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위 ‘소프트 스킬’ 임을 알게 된다. 작가들과 친해져서 그들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작가들을 먼저 알게 되는 것과, 작품 유통을 손에 쥔 갤러리스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컬렉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서 관심을 받을 작품을 먼저 알아내고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적시에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은 이런 식으로 키워진다.



그렇다면 컬렉팅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내가 이 그림을 소유한다면 세상의 다른 그 무엇도 필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인 미술품 거래상이었던 듀빈의 말을 인용해 미술품을 컬렉팅 하기 위한 첫째 조건을 알려준다. 그것은 미술품에 푹 빠져 매료되는 것이다. 다소 김이 빠지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컬렉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본인의 열정이다. 열정이 없다면 컬렉팅 자체를 시작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동안 내가 모은 몇 안 되는 작품과 그릇과 공예품과 장식품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대단히 값나가는 것들은 없다. 하지만 그 물건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마음이 떠오르고 그 당시의 추억이 생각나면서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졌다. 나의 수집품에는 나라는 인간이 조금씩 깃들어 있다. 보는 순간 사야겠다 싶어서 바로 산 것도 있고, 사고 싶지만 돈을 쓰는데 죄책감이 들어 뜸을 들였다 산 물건도 있다. 결론은 열정을 갖게 되면 좋아하는 물건은 어떻게든 사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언젠가는 구매한 미술 작품을 다 꺼내 놓고 하나씩 천천히 감상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날을 보내 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꼭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