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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이 Jan 20. 2022

LA 에서 보내준 꿈 (1)

혼자 게티센터




  꿈을 꿨다. 친구 둘과 함께 LA  꿈이었다. 오래전 던 대학 친구 차를 타고 나를 데리러 왔고  친구와 전혀 모르는 친구들(중학교 동창.. 꿈은 늘 이렇다.) 함께   차에 탔다. 차에 올라타면서도 얘가  이렇게까지 나를 데리러 왔지? 하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나는 고속도로 너머로 펼쳐진 광활한 대자연에 감탄하면서도 들고  짐을 어딘가에 두고 와서 계속해서 불안해했다. 내가 있던 곳이 어디였는지   없었지만 이미 언덕 위를 오른 되돌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어디론가 향했다. 언덕길은 마치 바벨론의 탑처럼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식이었다. 나는 우리가 탄 차가 올라가는 모양을 멀리서 바라봤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꿈이니까 가능했다.) 차가 멈춰 섰을  보이는 길마다 간판에 한국어가 가득했다. 함께  친구들이 재밌어하자 운전을 하던 친구가 자연스레 한국인이 많이 오는 가쿠지코라고 설명해주었다. 차에 앉아있자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고 친구는 일본어로 점원과 이야기했다. 잠깐만. 여기 LA 아니었어? 생각이  때쯤 친구가 주문한 닭꼬치를 내게 건넸다. 나는 의심 없이 꼬치를 받아 들었다. 먹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요즘 즐겨보는 일본에 사는 한국 엄마들의 육아 유튜브와, LA, 최근에 다른 친구가 출장을 간다는  도시가 머릿속에서 뒤섞인 모양이었다. 나는 몇 해 전 LA에 갔었다. 다녀와서 썼던 소설도 하나 있는데 애인은  소설이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소설에 내가 그곳에서 느꼈던 적막함과 외로움,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의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소설은..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니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낯선 사람이   같은 기분이 든다.


  LA  가기 전에 나는  도시에 대해 머릿속에 고정된 이미지 같은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이미지에 기반된 것이었다. DON'T WORRY, BE HAPPY. 광활하고 눈부신 무한 긍정의 , 해변가의 도시. 한인들이 살아가는 도시. 하지만 실제로 도착한 그곳은 회색의 도로에 야자수가 듬성듬성 나있고, 차에 물건을 두고 다니지도 못하는 도시였다. 역시 어딘가 불균형하고 그걸로 균형을 억지로 맞추는 도시라 감상할 수밖에 없었고, 화려하다 표현하기엔 헐리우드 스트릿은  짧았고, 스튜디오는 가보지 못했고, ... 구름   없는 하늘에 핑크색 노을이 매일같이 가득 차는 것을 보면, 낯선 곳은 낯선 곳이었다.


  혼자 여행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다섯과 함께 . 다들 에너지가 넘쳐 디즈니랜드를 다녀온 다음날 유니버셜에  계획을 짰다.  도저히 체력도 흥미도 따라주지 않아 포기했고, LA 출장을 와봤던 친구가 게티센터를 추천했다.  전시회 같은  좋아하지 않아? 나는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친구가 좋아하는  떠올려봤을   쉬이 생각나서 놀랐다.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하면 저절로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포탈에 검색해본 게티센터는 파란 하늘 아래 높은 언덕, 그리고 하얀색 신전 같은 곳이었다. 미국의 석유 부자가 모았다는 미술품들. 딱히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 것도,  보고 싶은 그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머물렀던 숙소의 적막함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을 유니버셜에 보낸  곧장 우버를 불렀다. 우버를 다른 나라에 이용할 때는 제법 탔었는데...  도시에서 친구들과 떨어져서는 처음이었고, 그래서인지 긴장되는 마음에 가는 내내  안에 울리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같은 말을 되새겨 넣었다.  사람도 무서울 거야. 차에 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나만 이렇게 두려운  아닐 거야.  작은 아시안 여자가 타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였겠지.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도로 차창 밖을 바라보며 붉은 노을을 찾아보았. 예나 지금이나 겁이 많은  똑같다.


 

  숙소에서 게티센터까지의 거리가  멀었다. 출발할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도착한 뒤엔 이미 날이 어두웠다. 야간 개장을 하는 날이었지만 아무래도 태양 아래일 때가  아름다운 모양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게티센터가 있는 언덕 위까지 이동하는 트램에  사람은 나와 나머지  커플이 전부였다. 자리가 많았는데도 커플 둘은 트램의 앞쪽에 서서 언덕으로 향하는 올라가는 차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트램은 언덕 쪽으로 비스듬히 움직였다. 언덕에 가까워지니 아직 멀리서 노을이 지고 있는 게 보였다.  도시는 어딜 가나 노을이 아름다웠다.


  커플  남자가 여자에게서 속삭이는  힐끗힐끗 훔쳐보다 뒤늦게 트램에서 내렸다. 정류장을 벗어나자 눈에 비치는 광경에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보리색 건물에 곳곳에 밝은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다. 커다란 건물은 주변에 다른 조명에 영향받지 않고 언덕 ,  어둠 속에 고요히 자리했다. 아주 피아노 음악이 흘렀다. 몇몇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건물은 온전히 혼자인 것처럼 보였다.


  가을 공기치곤 차가운 바람이 불어 그제야 센터로 들어섰다. 다행히 한국어로  안내문이 있었다. 센터의 바깥까지 천천히 돌아볼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센터는 너무 넓고 야간 개장에 주어진 시간이 았다. 내부는   챕터로 나눠져 있었다. 전시회마다 연결되어 있어 한 번 접속하면 세이브 되지 않는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전시실에  혼자 서있던 일도 많았다. 오롯이 혼자는 아니었고 그곳을 지키는 분과 단둘이.


  두 번째 전시실을 돌아 나왔을   복도 옆으로 바깥 테라스가 보였다. 문이 열리나 살펴보려 가까이 갔는데  문으로 가족  팀이 들어왔다. 투명한  밖을 살짝 내다봤을  바깥은 조명이 거의 없이 캄캄했고 자세히 내다본  문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멀리 도시의 조명이 세상 가득 깔린  반짝였다. 집중해서  하늘에도 별이 반짝였고, 넓은 테라스에서  바람이 불어왔지만, 다시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눈부심에 홀려 테라스의 끝으로 자꾸만 걷게 되었다. 추운지도 모르고 한참을 거기에 서있었다. 짙은 어둠 속에 산과  사이에 흘러들어오는 불빛이  혼자 이런 것을 즐겨도 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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