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물어 갈 일이지

고전한담古典閑談 - 4

by 노닥거리

예닐곱 명의 할매들이

하얀 안전모를 쓰고 나란히 줄을 맞추어 하천 제방에 꽃잔디를 심고 있다. 멀리서 보면 언뜻 펭귄 가족들이 나들이하는 모습 같다.


지나가는 서너 명 심심한 할배들이 할매들에게 말을 건다.

"꽃잔디 좀 심은 데 뭐 하러 대그박에 바가지는 쓰고들 있는 거요?"


"이걸 쓰고 일을 해야 돈을 준다요."

"공무원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제."


"아따,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녀.

말하기가 좀 거시기한데, "

헐렁한 청바지를 입은 할매가 빨간 고무장갑을 호미 위에 벗어 놓고 일어서며 말한다.


"그니까,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가 혹시나 똥을 쌀 수도 있잖아요. 근데 재수대가리 없이 대가리에 새똥을 맞아버리면 어쩔라요. 손자들 용돈 줄라고, 몇 푼 벌겠다고 나왔는디 새똥에 맞아 뇌진탕으로 정신 줄 놓아버리면 되겄어요. 참말로 호랭이 물어 갈 일이지.

할배 양반들도 잘 아시겄지만, 그니까 이런 것을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하잖아요. '준비가 있으면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평소에 철저히 대비해 두면 나중에 어려움이나 재난을 당하지 않는다고, 그니까 그것이 평범한 말 같지만 『서경(書經)』에 나온 말이라면서요."


할배들은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할배는 혹시나 날아가는 새가 자기 머리에 똥을 싸지 않을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둘러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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