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경우 이 질문에 "응"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80%가 넘는대. 그중 70%가 넘는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나 밤부터 우울감이 시작되고 말이지. 물론 직장인이 아니라고 해서 월요병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야. 일상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월요일의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월요병의 사전적 의미를 한 번 찾아봤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마다 정신적, 육체적 피로나 힘이 없음을 느끼는 증상>
주말이 끝나고 일상으로, 특히 일터로 돌아가는 월요일에 느끼는 정신적인 불쾌감이 월요병이라는 거지. 피로감은 또 말해 뭐 하겠어. 주말에 충분히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은 오히려 더 피곤하던데...
일요일 밤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출근도 하기 싫고,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는 평일 알람 중 가장 듣기 싫은 소리야.
그럼 이런 울적하고 침울한 기분이 some kind of 우울증인지 생각해 봤어.
의학 용어는 잘 모르지만 우울증은 개인의 열정이나 투지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해마,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과 같은 뇌의 특정 부위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니까, 이런 경우는 적절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한 방법일 거야. (우울증 극복을 못하는 이유가 적어도 게을러서,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 임은 절대 아닌 것 같아)
그럼 내가 우울증인가?
심장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어떤 걸 해도 행복할 것 같지 않고, 평소 좋아했던 음식을 봐도 식욕이 생기지 않아.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특정 요일에만 오는 증상들이야. 거짓말처럼 월요일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감이 대폭 사그라들지.
(내 짧은 의학 지식으로도 우울증과는 사뭇 다른 것이겠단 생각)
그렇다면 월요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듯 월요병 발병의 주된 이유는 -수면 부족이나 주말이면 바뀌는 수면 패턴의 변화 등 자잘한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새로운 한 주의 업무나 과제가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그로 인한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래.
'실망이네, 그건 나도 알고 있던 건데?'
라고 생각했다가 가만히 반추해 보았어. 월요병이라는 것은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바로 그것, 우울증과는 달라서 얼마든지 내 의지로 타파할 수 있는 그것. 딱 그 정도의 것이라는 말.
이리 생각하니 어떤 면에서는 별것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단 말이지.
어떻게 하면 월요병을 타파할 수 있을까.
그래서 또 찾아봤지. 월요병 극복의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의지력에 대해서.
의지박약인 내가 어떻게 하면 의지력을 키울 수 있을지...
수많은 자료들 중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몇 가지 것들을 추려봤어.
- 목표 설정
- 규칙적인 운동 및 명상
- 긍정적인 사고와 습관 만들기
- 적당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 취하기
- 자기 보상
However,
모두 그럴싸하고 틀린 말은 아닌데 솔직히 실천이 잘 되지는 않더라고.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인데 마지막 두 개를 제외하면 이 모두가 이미 의지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힘도 들고 의욕도 그다지 없는데 다 포기하고 지금까지처럼 그 시간을 그냥 견뎌내는 게 답일까 했어.
'쉼'의 주말이 끝나는 아쉬움과 또다시 이어질 메인 루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월요일에만 좋아지는 것들이 혹~~ 시 있을까? 하는.
혹시라도 있다면 그것 때문에 월요일이 한편으로는 기다려지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 그래서 월요일에 좋아지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월요일에 좋아지면 더 행복할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언젠가 또다시 월요병이 도진 J에게 남편이 말했어.
"월요일이 왜 월요일인 줄 알아?"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다 귀찮아."
"주말에서 멀어서, 멀어도 그냥 먼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멀~~~어서, 그래서 먼~데이인 거야."
(그냥 팰까? ㅡ_ㅡ;)
곧 다시 또 주말에서 아주 먼~~ 데이를 시작해야 하는군.
월요일이 우울해?
그럼 억지로라도 하나씩 생각해 볼까?
<월요일에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자주 가는 서점의 종이 냄새
-애교쟁이 강쥐가 떨어지기 싫은 듯 묵직한 궁둥이를 들이미는 모습 (그 모습이 웃겨서 생각만 해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감)
-숲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산책로.
-아침에 깨울 때마다 투덜거리는 아들의 잠긴 목소리 (궁시렁궁시렁 뭔 말인지 알아듣진 못함)
-(비록 짧긴 하나) 출근 전에 혼자 만끽할 수 있는 조용한 티타임
음... 또 뭐가 있으려나...?
아, 요즘 같은 시국엔 월요병이고 자시고 그냥 평범한 일상의 아침이 또 밝아와 주면 그것으로 충분히 고맙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p.s. 당신에게도 월요일에 좋아지는 것들이 있나요?
이 글을 읽고 여기 또 나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안도하셨다면 당신의 월요일도 지난주보다는 좀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