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는 작가
실로 오랜만에 글 쓸 준비를 마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말엔 보통 늦잠을 잔다- 찬 물 한 컵과 유산균을 먹고 청소를 했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오지 않을 것 같은 주말 오전, 변덕 심한 날씨처럼 들쑥날쑥한 마음이 변하기 전 얼른 한 줄을 썼다. 비슷한 상황에서 매번 똑같이 느끼는 것이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은 틀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했고, 글쓰기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한동안 '쉼표'였던 글쓰기를 다시 이어가려니 두려움 반 어색함 반,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내일로, 다음 주로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결국 자기 합리화의 일면에 지나지 않고, 고백하자면 단지 그냥 나 스스로 조금 무기력했고 조금 더 나태했을 뿐이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랜만에 이런저런 단어들이 번뜩여 반가운 마음으로 브런치 창을 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수업을 들었을 때, 먼 타국에서 새로운 문화, 어색한 언어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놓였을 때, 한국으로 돌아와 첫 직장에 출근할 때, 그때도 월요병이 있었던가. 초심으로 돌아가 보면 당연히 대답은 'Nope'.
초심은 처음 먹은 마음, 즉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의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정의된다. 본질적으로 월요일의 증후군 따위 같은 것이 끼어들 수 없는 마음이다. 적당한 긴장감과 기대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세상이 딱 내편인 것 같은 모든 것의 처음, 그리고 그 처음을 시작하는 초심. 월요일도 행복했을 그 마음가짐을 생각하다 문득 한 분이 떠올랐다.
바쁜 하루를 마감하기 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심신이 나른하게 편안한 그 시간에 몇 장씩 고이 아껴 읽은 책, 그 책의 주인, 바로 류귀복 작가님이다.
지금 다시 보면 지독히도 미흡한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브런치를 시작한 내가 거의 처음으로 진심 어린 소통을 하게 된 작가분이다. 브런치 역사에 보여지는 것의 몇 배 이상으로 글쓰기에 공을 들인 사람. 묵묵히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사람. 지치지 않는 성실함을 품고 여전히 노력 중인 사람. 류 작가님을 비롯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글쓰기에 꾸준하게 진심인 진짜 작가분들을 생각하며 월요병이든 뭐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걷게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월요일은 여전히 무겁다.
마음먹은 대로 쉬이 통제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통과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무엇 - 누군가에게는 다시 되새겨보는 초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불씨가 되는 소소한 바람이나 기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의 힘은 월요병 덕분에 매번 더 단단해지고 있을 터다.
우리는 어떻게든 다시 또 월요일을 기꺼이 살아낼 테니까.
사는 게 늘 만만한 사람들이 이 땅에 과연 몇 이나 되겠나.
당신의 월요일은 만만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