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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업지망생 Nov 27. 2023

숙주나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먹이는 일은 식재료를 해치우는 과정

 매번 두려움에 떨며 콩나물 무침을 하다가 내친김에 각종 무침 요리를 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마트에 다녀오겠다며 사 올 게 없냐고 묻는 남편에게 숙주나물을 사 오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숙주나물을 1kg이나 사 왔다. 


 콩나물도 200g 정도씩만 사면서 국 한 번 끓이고 남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매번 고민하는데, 콩나물보다 더 쉽게 상하는 숙주나물을 1kg씩이나 사 오다니. 내 손에 들린 커다랗고 무거운 파란 봉지는 상하기 전에 먹어치워야 할 새로운 목표물이 되었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숙주나물을 냉장고 가운데 칸에다 넣어 두었다. 


 그날 저녁은 호기롭게 숙주나물을 무치는 데 성공했다. 200g 정도는 해결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자마자 *튜브에서 숙주나물 요리를 검색했다. 그러자 남편이 옆에서 "차돌박이랑 같이 넣어서 볶는 요리 있지 않아요?"라고 한다. 


 평소에 안 해본 음식은 만들지 않는 편이라, 차돌박이 요리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음 날 마트에 가서 가격을 보니, 미국산 보다 한우가 2배가량 비쌌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식재료에 돈을 쓰는 편도 아니니 고급지게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한우를 집어 들었다. 300g에 18,000원. 숙주나물 1kg을 먹기 위해 15배는 비싼 차돌박이를 추가로 구입하다니. 내친김에 부추와 깐 마늘도 조금씩 샀다.


  나는 다음날 차돌박이숙주나물볶음을 상에 올렸다. 숙주는 약 400g 정도 해결한 것 같다. 프라이팬 한가득 볶았는데도 숙주가 남아있어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집에 쌓여있는 당면을 소비하기 위해 숙주나물 잡채를 만들었다. 모두 *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남편은 매번, 너무 맛있다를 반복하며 접시를 싹 비웠다. 접시를 비운 수준이 아니라 프라이팬을 비운 수준이다. 그렇게 3~4일 동안 점심과 저녁 밥상 위에 숙주나물 요리가 올려지고 사라졌다. 먹이는 담당과 먹는 담당이 합심하여 숙주나물 1kg을 깔끔하게 해치운 것이다. 


 가끔 요리하는 일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데 활용하여 식탁에 올리는 과정이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그 음식이나 식재료를 먹이고 싶어서 요리를 하기도 하지만, 냉장고에 남아있는 식재료가 썩어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요리를 하기도 한다. 식재료는 대부분 마트나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을 해야 하기에 버리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러나 경제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식재료를 버리는 일은 죄책감이나 자괴감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곳곳, 심지어는 가까운 이웃 중에도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식량이나 식재료를 자유자재로 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된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 식재료를 구할 수 있을 만큼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면, '살림을 잘 못해서', '요리를 잘 못해서' 아까운 것들을 '낭비'하게 됐다는 자책감이 함께 찾아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우리 집에서 먹는 양이 제일 적고, 요리는 내가 제일 잘하는데도 말이다. 


이다음 목표물은, 시들해져 가는 양배추와 양상추, 애호박 반 개다. 하아..... 또 *튜브 검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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