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인은 우울증을 경험할까요
처음에는 이 우울감의 방문이 익숙했다. 한국에서도 온갖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전전했을 때마다 초반에는 깊은 우울감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통은 일에 관한 이유들─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돈'을 번다는 압박감, 그냥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그런 것들로 말이다. 보통은 한 달 즈음 지나면 점차 괜찮아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 달만 버티면 나도 생기를 찾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며 생긴 우울감은 서너 달이 지난 지금도 영 가시질 않고 있다.
근무 시간에도 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퇴근 후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는 날도 많았다. 어떨 때는 으앙, 하고 아이처럼 주체할 수 없는 통곡이 터져 나왔다.
분명 일터에서 버거운 일이 있었을 거다. 언어의 장벽, 그로 인해 무시 당한 일들, 상처 받은 일, 업무 내용이 버거워 전혀 따라가지 못해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던 일, 창피를 당했던 일 등. 거기에 적성이라든지 타국 생활의 외로움, 거기다 소외감까지 더해지면, 음.
새삼 외로움이라는 감정에도 통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니, 외로움은 감정이 아니라 통증의 영역이라고 말한 기안84의 말에 수십 번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에 온 지 벌써 네 달째가 다 되어간다. 그 네 달 동안 나의 우울감이 자라나는 데 많은 것들이 영향을 주었다. 어느 것들은 해결이 되었고, 어느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출할 수 있었고, 어느 것들은 새로 생겨났고, 어느 것들은 머그잔 바닥에 눌러붙은 커피 찌꺼기처럼 오래도록 은은히 남아있다.
최근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면 내 점수에 우울증이라는 답이 채점되는데. 있는 그대로 체크를 했음에도 놀랄 정도로 높은 점수가 나와서 신기할 정도다. 그놈의 일이라는 건, 사람을 한순간에 우울증 환자로 만드는 것인가?(...)
입사 이후부터 인생에 즐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과 회사 자체에 대한 회의감. '나를 잃어가는 듯한' 회사 생활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내게 열정이 남아있는지, 행복을 느낀 적이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발버둥칠수록 조여 오는 족쇄에 갇힌 느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괴로움,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준비할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 현재의 상황 때문일까.
퇴사를 하더라도 그냥 '내가 하려고 하던 일이 아니라서', '도망치기 위해서'가 이유가 된다면 다음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분명 다른 차원의 힘듦이 있을 터다.
여전히 이 우울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말 오랜만에 이틀 연속의 휴일이 주어졌기에 그나마 에너지를 얻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었다. 우울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종종 게시될지 모른다. 혹은 모든 글자를 은은히 적셔놓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