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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an 26. 2024

“문화를 비축하여 삶에 다가가다”

문화비축기지

“문화를 비축하여 삶에 다가가다” -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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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행복, 분노, 슬픔과 같이 평소 겪는 감정과 더불어 쉽게 언어화할 수 없는 감정까지 느끼게 한다. 몽환적이거나 신비스러운 경험, 그렇지 않더라도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은 생존과 삶의 경계에서 삶에 더 다가가게 한다.


타인의 자본으로 행하는 건축을 예술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주변과 조화를 생각하고 그 땅에서만 건축해야 하는 정당성을 찾으며 설계한 ‘건축물’을 작품이라 말하는 건 그러한 고민이 우리네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줄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축물과 건물을 구분 지어 표현해 왔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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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향상보다 양적 개발이 우선시 되던 산업화 시대는 건물이 많았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했던 주거와 도시기반시설은 기계 부품처럼 도시가 정상 작동하도록 도왔는데, 1차 석유 파동으로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에 들어선 1급 기밀 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도 그중 하나였다.


건물이 제 역할을 다한 덕분에 서울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지향적 방식이 초래한 자원 낭비, 환경 훼손, 시민 생활의 질 하락도 있었다. 2000년대부터 서울시는 살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는데, 마포석유비축기지는 기름을 타지역으로 옮기면서 폐쇄된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축은 단순히 건물의 가동을 멈추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석유비축기지는 문화를 비축하는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하여 시민들의 생활이 삶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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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 사면을 파서 탱크를 만들고 다시 덮어서 언덕을 만든 석유비축기지는 역순으로 기지를 발굴하여 문화 시설을 계획했다. 기지는 크게 6개로 구분되는데, 탱크를 해체하고 유리로 탱크를 재연하여 전시실로 사용하는 T1, 암반 절개지를 배경으로 야외 공연장이 된 T2, 석유비축기지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 탱크 내부를 공연과 전시실로 사용하는 T4와 T5, 기지의 중심이 되어 카페, 옥상 마루, 도서관인 에코 라운지로 활용되는 T6다.


부지가 넓고 다양하게 변화한 탱크 덕분에 이곳은 움직이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이해하게 되는 탐험형 전시장이다. 그래서 작품을 벽에 걸어 전시하는 일반적인 전시장과 다르게 관객의 경험을 한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객과 상호작용한다.


유적지를 방불케 하는 탱크 전면 콘크리트 차폐벽을 지나면서 현실과 비현실 경계를 넘나든다. 탱크와 콘크리트 옹벽 사이를 걸으며 탱크의 크기를 체감하고 곳곳에 침투한 자연의 힘을 느끼면서 시간의 길이를 확인한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해 보는 순간이다.


탱크 안으로 들어가 천장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그 구멍으로 유량을 계측하던 작업자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대공간 한가운데에 서서 한없이 작아진 자신을 바라보며 건물이 도시에 작용했던 역할과 그 위상을 짐작해 본다. 내가 움직일 때 소리가 공간을 채우며 울려 퍼지는 파장이 되돌아와 오감을 자극하는 순간, 삶에 더 다가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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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 RoA Architects ( @roa.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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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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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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