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움 박물관
“잊혀진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부유하는” - 오디움
-
길을 걷다 보면 건물의 외관이 특정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말을 건넨다. 동글동글, 콕콕, 삐죽삐죽, 지금은 찰랑찰랑. 의태어는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이다. ‘찰랑’과 ‘철렁’은 물체가 흔들리며 부딪혀 내는 소리다. 그러나 전자는 얇은 쇠붙이나 작은 방울이 주체이며 후자는 전자보다 거대한 무언가다. ‘오디움’은 도시와 신원천을 연결하는 중심에 서서 도시민들의 잊혔던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데 동조한다. 그 시작이 찰랑한 입면부터였다.
대략 3개의 다른 직경의 강관이 건물에 매달려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단계적으로 배치되어 레이어를 만든다. 기둥을 감싼 거울과 1층의 유리는 입면을 투영해 깊이를 준다. 풍성함은 테슬 혹은 브러쉬의 보드라운 털처럼 바람에 흩날릴 것 같은 형상이다. 이는 건물 앞의 나무와 겹쳐 강해진다. 강관은 지하 2층의 로비 내부로도 이어진다. 입면이 자연과 신체, 밖과 안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매개다. 덕분에 건물은 투명해 보이고 무게를 잃는다.
KCC 그룹의 서전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박물관은 그동안 정몽진 회장이 수집해 온 스피커, 카메라, 오르골을 전시한다. 좋은 소리를 대중에게 들려주기 위해 기획된 전시 공간에서 제품들은 모두 ‘하이-파이(Hi-Fi)’, 즉 높은 충실도를 지녔다. 거기에 소리의 편차를 나타내는 다이나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넓어 해상력도 좋다. 그만큼 억대를 웃도는 고가의 제품들로 깊이 있는 전문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칫하면 그 무게가 극도로 무거워져 매니악한 인상만 남길 위험이 있다. 선한 의도와 맞지 않게 침몰해 버릴지도 모르는 위태로움을 수면 위로 끌어내기 위해서, 건물은 가벼워져야 하지 않았을까.
-
지하 2층의 라운지는 특수 제작된 얇은 천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조명 빛은 천에 한 번 걸러져 은은하게 발산한다. 천은 위로 갈수록 벌어지고 투명해지며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린다. 시대를 넘나드는 CD와 LP판은 한 벽면을 꽉 채우고, 전 세계에 몇 대밖에 없는 스피커와 오르골이 중심을 잡는다. 중력을 잃은 건물과 공간은 당연함을 무너트리며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서 감탄하는 건 부유하는 공간이 아닌, 존재가 사라져 부각되는 적층된 시간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닿지 못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세계를 펼쳐 보이며 침묵하게 한다.
-
전시는 무료이며 가이드가 친절히 모든 전시품에 관해 설명한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가 동전을 건네며 뮤직박스 체험도 시켜준다. 정몽진 회장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이다.
-
부유하는 건물, 수준 높은 전시, 선한 영향력. 이제 이들을 매개로 우리네 문화 예술 수준을 드높일 준비가 되었다. 이곳은.
-
건축 : 쿠마 켄고 ( @kkaa_offici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
서울 서초구 헌릉로8길 6
목 - 토 : 10:00 - 18:00
사전 예약을 통한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