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노바 레스토랑, 레카 수영장
포르투갈 포르토 북부, 마토지뉴스로 향했다. 포르토가 항구 도시라면, 이곳은 해변을 끼고 번성한 휴양도시다. 해안가를 따라 즐비한 레스토랑과 레저 시설을 충분히 즐기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보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축물 두 개가 나온다. 1992년 프리츠커를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Álvaro Joaquim de Melo Siza Vieira)’. 그를 그 자리에 있게 해준 걸작, 보아 노바 레스토랑(boa nova tea house)과 레카 수영장(Leça Swimming Pools)이다.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단어가 있다. ‘비판적 지역주의’이다. 지역주의 건축은 환경에 융합하고 장소를 존중하며 전통을 고려하고 자연적 요소를 중시한다. 지역에 잘 어울리는 재료와 색을 사용하는 지역주의 건축에서 파생된 비판적 지역주의 건축은 모더니즘이 추구했던 기능적인 공간을 바탕으로 보편성과 합리성, 순수성과 낯설게 하기를 통해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긍정적인 측면과 지역주의가 추구한 장소성, 역사성도 함께 고려하여 사용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레스토랑과 레카 수영장을 함께 소개하는 건, 지역주의 건축가였던 시자가 비판적 지역주의 건축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 둘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해안가의 암석 지대 위에 있어 비교하기 수월하다. 무엇보다 이 두 공간이 건축된 시기가 포르투갈의 시대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알바로 시자가 건축 실무를 시작했던 시기는 1950년대다. 1960년대 후반은 포르투갈이 국제사회로부터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을 푸는 시기였다. 시대 격변기에 모더니즘을 경험한 포르투갈의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그 영향들이 묻어나오기 시작했고, 시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은 1950년대 작품으로 포트투갈이 국제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시기에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의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건물은 암석 지대에 홀로 서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대리석으로 마감된 기단과 계단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들은 주차장과 언덕을 경계 짓는다. 계단에 오르면 건물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빛은 걸러져 바닷소리만이 공간을 채울 뿐이다. 주변 풍경, 바닷소리, 태양 빛이 건물 진입 설계에 단초가 된다. 계단의 선과 수평선이 같아질 때쯤, 레스토랑이 모습을 드러낸다. 낮게 깔린 지붕이 바다를 향해 수렴하고 수평선을 한 번 더 강조한다. 포르투갈의 전통 가옥에 쓰이는 붉은 기와로 지붕이 마감되어 있다. 멀리서 본 인상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거리의 여느 집과 같아 쉽게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인상은 어딘가 조금은 특별한 기색을 펼쳐 보인다. 정형적이지 않은 형태에서 오는 이질감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전통 가옥의 사각형과 다른 형태다. 평면상의 그리드나 기하학적 질서가 없다. 암석이 새로 융기하는 모습이다.
시자는 설계의 실마리를 땅에서 찾는다. 건물은 암석의 선, 자연의 선, 수평선 등 자연에서 추출한 선의 군집을 건물에 조금씩 덧붙여 나갔다. 암석의 윤곽을 담아낸 건물은 그래서 소박하다. 전통 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움과 형태의 소박함은 내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머리가 닿을 듯한 입구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비가 나오는데, 그 위치는 2층이다. 언덕 지형으로 자연스레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주방은 해안선을 따라 한번 꺾여 있다. 그래서 공간은 전체가 한눈에 읽히지 않고 사용자가 공간을 탐험하게 된다.
유도 장치는 빛과 풍경이다. 1층과 2층의 분절된 공간을 묶는 두 지붕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자연스레 내부에 강렬한 명암 대비를 형성한다. 빛이 안내하는 1층으로 내려가 보자. 처마가 적절히 태양 빛을 가려 공간이 어두워질 때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음식의 향연이 시작된다.
레스토랑에서 배를 채우고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레카 수영장이 나온다. 수영장은 레스토랑과 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로에서 다수가 같은 곳을 향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면, 그곳에 수영장이 있음을 짐작하면 된다. 둘 다 땅에 순응하지만, 레스토랑은 건물이고 수영장은 벽으로 경계 짓는 시설이기 때문에 높이가 낮다. 수영장의 지원 시설(화장실, 샤워실, 카페)의 지붕은 해안도로 높이에 맞춰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이곳의 진입 또한 바다를 감추면서 시작한다. 경사로를 타고 해변으로 내려간다. 벽과 지붕이 풍경과 빛을 적절히 걸러주며 바닷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다른 점은 해안도로와 평행하게 켜켜이 나열된 벽이 평면상의 그리드를 만들며 기능적으로 공간을 구획했다. 각 실은 지원 시설과 통로가 된다. (보아 노바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필요한 실들을 덧붙여나간 인상이 강한데, 이는 도로로 침범할 수 없는 사이트의 제약 때문일 것이다.)
바다의 수평선을 강조하며 넓게 퍼져가는 구성에서 눈에 띄는 선이 하나 있다. 예리한 각도를 만들며 질서를 흐트러트리는 기다란 벽이다. 미로처럼 형성된 공간에서 급격히 동선을 틀게 하여 예상치 못한 순간에 수영장과 바다를 펼쳐 보여준다. 도로에서 보았던 바다를 다른 레벨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다. 벽의 끝은 수영장의 꼭짓점에 수렴하기 때문에 우리를 수영장으로 안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레카 수영장은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지형에 순응하지만, 조금씩 자연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수영장은 최소한의 선을 사용해 수공간을 확보했다. 선들의 배치는 기존의 바위로 결정된다. 그래서 지원 시설의 선들과 평행하지 않다. 바위를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선들은 파편화되고 계단은 바위에 적절히 스며든다. 레스토랑이 자연과 하나 되는 공간이었다면, 레카 수영장은 인공과 자연을 연결하는 중간 세계를 형성한다.
건축 :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참고 서적 : 알바로 사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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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바로 시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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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노바 레스토랑 단면과 1층 도면, 레카 수영장 평면도
https://www.architectural-review.com/buildings/revisit-tea-house-and-swimming-pools-leca-da-palmeira-portugal-by-alvaro-s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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