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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n 20. 2024

”기념물이 된 건축“

카사 다 뮤지카 (Casa da Música)

https://brunch.co.kr/@edea70f9fafe43b/259

이전 게시물에서 언급했듯,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을 극단적으로 분류해 보자면 기념물과 이를 돋보이게 하는 단조로운 주변 건물이겠다. ’파세이우 도스 클레리구스 쇼핑몰‘이 단조로운 건물을 자처하며 도시의 배경이 되려 했다면, ’카사 다 뮤지카(Casa da Música)‘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도시의 기념물이 되려 한다. 기념물로 작동하기 위해선 그만한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할 터. 탄탄한 논리가 없다면 현대 건축물은 오래된 도시일수록 공격받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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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진행되는 ‘유럽 문화 수도’ 사업이 있다. 유럽 연합 회원국 도시 중 두세 군데를 선정하여 문화를 바탕으로 도시 재생을 지원한다. 1999년 포르투갈의 포르토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문화 시설이 필요했고, 포르토에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 로테르담에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에 참여한다.

보아비스타 광장과 카사 다 뮤지카. 출처 : OMA

‘보아비스타(Boavista) 원형 광장’은 파리의 개선문과 비슷하게 포르토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도시의 간선 도로를 모으며 남동쪽 역사 지구와 북서쪽 노동자 근린 생활지구를 잇는 결절점이다. 그만큼 수많은 차량과 인파, 다인종, 계층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다. 사업의 목표가 문화를 통한 지역 공동체 강화였으니, 광장 바로 옆 북서쪽의 사다리꼴 대지가 문화 시설 자리로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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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뜻하는 ‘Music’의 어원이 예술을 뜻하는 ’무지케‘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신’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러니 음악은 오래전부터 귀족층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이를 담는 공간조차 폐쇄적이었다. 어디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미지의 공간, 그들만의 공간으로. 공동체를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했고, 이것이 건물의 주요 컨셉이 된다.


건물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이다. 메인 콘서트홀인 ‘SALA SUGGIA’를 음향에 가장 효과적인 직육면체로 계획하고 소규모 공연장과 서비스 공간을 메인 홀 옆과 아래에 덧붙였다. 각 실은 경사로를 통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관람객은 2층 접수처에서 출발하여 모든 공간을 둘러보게 된다. 자연스레 메인홀과 중첩된 면은 창을 뚫어 리허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의 대기실 창은 광장을 향해 뚫려있어 보행자와 시선을 공유한다. 이처럼 건물 내 창은 단순히 빛과 조망의 용도를 넘어 경계 허물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아이레벨에서 바라본 카사 다 뮤지카
건물 내 창은 단순히 빛과 조망의 용도를 넘어 경계 허물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건물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면 부지 내 땅이 융기한 모습을 본다. 천처럼 들어 올려진 땅은 천장이 되어 공간을 만들고, 거리와 접하여 다양한 시설 입점을 돕는다. 굴곡진 땅은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집합소가 된다. 서브컬처인 스포츠, 그곳에서 파생된 문화와 하이엔드 예술을 뒤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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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건물은 붉게 빛난다. 낮과 다른 분위기다. 그러고 보니 건물은 마치 다이아몬드 같기도, 다듬어지지 않은 광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의적 형상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신선하게 다가와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이다. 그 의도가 선하니 도시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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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OMA ( @oma.eu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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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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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da Boavista 604-610, 4149-071 Porto,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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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가이드 투어 신청(홈페이지 신청)을 해야 건물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꼭 메인 홀에서 진행되는 오케스트라를 예약하여 공간의 진가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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