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회는 숭고함과 신성함이 아닌 경직성에서 비롯된 초조함과 염려, 성역을 침범함에 따른 불신과 분노, 그리고 감시로 점철될 것이다.
성역이 적은 사회일수록 더 자유롭고, 더 관용적이며, 한편으로는 극단 세력에 대처하고자 서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성역을 많이 설정하고 이를 침범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재한다면, 이는 오히려 성역에 반대하는 전사들을 양산해내어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는 좋은 기회를 얻게 할 것이다.
성역을 침범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어떤 사건이나 가치가 그 사회에서 왜높은 평가를 받고 또 중시되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을 지키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책이다.
<혐오,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네이딘 스트로슨 저, 홍성수·유민석 옮김, arte, 2023,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