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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ul 02. 2024

그들이 이것만 알아도

백 번 천 번 반복해도 부족함이 없는, '한국 몰락의 이유'

한국 사회에 '인간'은 없다.

그저 서로의 역할과 지위를 규정하는 '관계'와, 이를 포괄하는 '집단'만이 있을 뿐이다.


한국인은 진정 '인간 대 인간'으로 대면한 적이 없다. 그저 늘 '관계 대 관계'로 피상적인 접촉만을 이어 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 피상적인 관계가 계로 점철돼 있어 자유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거의 모두가 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타자를 자꾸만 배척하려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본질보다 관계란 형식이 강조되니 관계를 존재하게 하는 집단, 나아가서는 '사회'를 강조하는 것이고, 반면에 사회의 상대어인 '개인'은 집단과 사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저평가되고 또 밀려나는 것이다. 결국 '관계'가, 그리고 그 관계의 핵심인 '서열'이, 그리고 그 서열이 깃든 이 나라의 '문화'가 한국을 잠식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이 없으니 사회가 유지될 리 있나.


그러한 이유로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무너지는 중이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그 잘난 집단과 사회만을 우선시해서, 달리 말하면 개인이 없어서 한국 사회는 망하고 있다. 뿌리깊게 내려 온 각종 악폐습을 정당화하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아부하는 것을 '사회 생활'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한국인이다. 그 사회 생활이 어떻게 이뤄져 있나? 결국 '관계'와 '집단'이다. 그러므로 관계와 집단은 한국 사회에서는 근본악이나 름없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개인'을 무력화하고 또 압살하려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자기 자신마저도 그 관계와 위계에 시달리면서도, 이에 세뇌당한 나머지 무엇이 문제인지 보려 하지 않고 타자를 괴롭히고 비난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이다.




정치가와 지식인의 역할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며, 또 현실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정치 협잡꾼들과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가 무엇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간파했다면, 이를 진정 심각하고 중대한 위기로 받아들였다면 출산 장려의 일환이랍시고 '댄스 체조' 따위를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며, 연구실에 틀어박힌 채 왕 노릇을 이어가지는 않았을 것이.

저들은 무엇이 본질이고 핵심인지 모른다. 아니, 알려 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한국 사회를 파괴해 온,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에서 강조돼 가치에 완전히 젖어 있으며, 도리어 가치를 강요하는 최정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않겠다는 이유로 '더는 노예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을 저들은 알까?


이런 파국적 상황은 피라미드의 하층에 있는 이들을 노예로 부려야 할 자들에게는 실로 위기나 다름없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축적해 온 부와 기득권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은 아마 이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도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과 마음 이미 다른 곳에 있는데 현실을 보려 할까?

그러는 동안 물은 배의 하부부터 침습해 간다. 그러므로 상층에 있는 이들은 배가 침몰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계속해서 파티를 즐긴다. 그러다가 배가 기우뚱해 집기가 와르르 넘어지고 와장창 깨질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혼비백산할 텐데, 정작 그들이 위기를 직감한 때에 이미 수많은 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 숨을 거둔 뒤이며, '최상류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아 구명정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내가 추측컨대, 아니, 단언컨대, 탑의 꼭대기에 있는 자들은 현실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이 내놓는 어떤 대책 결코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 나라는, 이 사회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최하부부터 흘러드는 물길에 휩쓸려 제 생명과 존재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때에 이르러, 누가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이미 다 죽고 없어져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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