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노력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두려움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고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다른 문제가 나타나 가로막아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힘내볼 이유를 모르겠는 날.
그런 날에는
달라지고 싶은 내 마음이라던지
달라져야만 하는 내 현실 같은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주변에서 이유를 찾아낸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엄마를 위해서 힘내보고
누군가가 보낸 연락 하나로
또 하루 더 힘내본다.
그래도 소용없을 땐
불안으로부터 도망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장면이 예쁘고
행복한 결말이 정해져 있는
동화 같은 세상으로 도망친다.
예쁜 것들을 눈과 귀와 마음에 담아서
불안을 덮고 가린다.
그러고 나면
여전히 안갯속일지라도
손 한 뼘만큼 안개가 걷혀서
꼼짝하지 않던 발걸음을
한 발짝 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