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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현 Jun 04. 2023

[영화와 술] 1. <위대한 레보스키>와 화이트 러시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 한 가지 생각으로 감상이 끝나버린다. ’아 되게 좋은데 설명하기가 어렵네‘. 사실 진짜 좋았는지 조차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의 높은 평점과 이해하기 어려운 코멘트들을 보며 나의 감상 자체를 조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코엔 형제‘는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만 찍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 역시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감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에 갇혀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당연하게도 그런 영화를 글로 쓰는 행위는 더더욱 싫어하고 애초에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늘 쓸 글은 영화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삶의 목표도 없고, 별다른 직업도 없는 제프리 레보스키는 볼링장에서 시간이나 죽이며 '화이트 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늘 손에 들고 다닌다. 어느 날 그의 집에 강도가 침입한다. 강도들은 이웃에 살고 있는 백만장자인 제프리 레보스키와 혼동을 일으켰던 것. 강도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만장자 레보스키의 젊은 아내가 납치당해 돈을 요구당하자, 이 돈의 전달자로 제프리 레보스키가 뽑힌다. 건달 제프리 레보스키는 친구와 함께 백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전달하지 않고 가로채지만, 불법 주차단속에 걸려 돈가방이 든 차가 견인된다.


다음 영화에 적혀있는 <위대한 레보스키>의 시놉시스이다. 시놉시스 자체에 칵테일명이 들어가 있는 영화는 내가 아는 한 이 영화가 유일하다. 그만큼 화이트 러시안은 주인공 제프(a.k.a. dude)를 나타내는 상징이자 제프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영화 내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또 아니다. 그저 계량도 없이 대충 만들어져  제프의 손에 들려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dude 같은 술이다.


https://youtu.be/-4RDNXb7LgI


영상에서 제프가 화이트 러시안을 제조하고 마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보드카와 크림(혹은 우유?)의 종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커피 리큐르는 확실히 깔루아를 사용하고 있다. 깔루아는 가장 대표적인 커피 리큐르 브랜드로, 아예 커피 리큐르란 말 대신 깔루아 통용될 정도이다.


https://youtu.be/PICsf2yO7FQ


또 다른 영상에서는 제프역을 연기한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morning joe라는 쇼에서 화이트 러시안을 제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컵 주변에 깔루아와 크림을 대충 묻히기만 하고 컵에는 보드카만 붓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영상 댓글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dude의 화이트 러시안이다. 어째 영화보다 더 제프스럽다.


화이트 러시안은 1949년 벨기에 바텐더가 개발한 칵테일이다. 블랙 러시안에 크림이 들어가서 화이트가 됐으며, 주재료가 보드카여서 러시안이 됐다. 러시아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칵테일이다. 사실 화이트 러시안 처음 개발되었을 때만 해도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위대한 레보스키>가 개봉하고 나서이다. 이 영화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이트 러시안 역시 유명해지게 되었다. 실제로 위대한 레보스키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제프 때문에 화이트 러시안을 마시기 시작했다’라는 외국인들의 댓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집에 깔루아가 없다 (옆에 보이는 깔루아는 커피 리큐르가 아닌 민트모카 깔루아다). 대신 유튜브를 보고 직접 만든 커피 리큐르가 있다. 내가 직접 내린 콜드브루로 만들었다 보니 깔루아랑은 다른 새로운 맛을 기대했었다. 막상 만들고 나니 깔루아와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맛이었다. 만드는 수고를 고려했을 때 다음에는 그냥 돈 주고 사야겠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 직접 만든 커피 리큐르, 크림 사기 귀찮아서 집에 있던 우유로 화이트 러시안을 완성했다. 술과 영화 화면을 동시에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원하는 구도가 잘 안 나온다. 다음에는 좀 더 고민해서 사진을 다시 찍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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