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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현 Nov 12. 2021

2021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지독한 게으름이 낳은 뒷북의 뒷북 후기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라인업 (그런데 나는 한 개도 못 본...)

<아네트> (Annette, 2021)

 -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레오 까락스 감독의 작품

 -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

<티탄> (Titane, 2021)

 - 나를 포함해 여러 사람의 멘탈을 부셨던 영화 <로우>로 데뷔한 쥘리아 뒤쿠르노의 작품

 - 2021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메모리아> (Memoria, 2021)

 - <엉클 분미>로 2010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

 - 틸다 스윈튼 주연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2021)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

 - <아사코>의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작품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

 - <로얄 테넌바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다즐링 주식회사> 등등의 감독 웨스 앤더슨 신작

 - 티모시 살라메,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치오 델 토로 주연


 그 외에도 넷플릭스보다 먼저 개봉하는 <마이 네임>과 <지옥>, 리마스터링 한 <무간도> 등 2021 부산국제영화제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여기, 분명 부산국제영화제는 갔는데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단 한 개도 보지 못한 멍청이가 있다.


 바로 나다.


이젠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 화면

 온라인 예매 실패, 이제는 하루에 영화 3개도 집중하기 힘든 체력, 영화제 외 다른 부산 일정 등의 사유로 사람들의 주된 관심을 받은 작품 관람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보고 싶은 작품들이 꽤 많았지만 역시 다 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아쉽거나 후회되는 영화제는 전혀 아니었다. 나름 신중을 가해서 선택한 작품들을 봤고, 관람한 작품들 모두 영화제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기에는 충분했다.


 관람한 영화는 총 6개이다. 6개의 작품 모두 아직 미개봉 작품이거나 아예 국내에 개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간략하게 후기만 적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작은 스포일러라도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한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Mona Lisa and the Blood Moon, 2021)

<버닝>으로 데뷔한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작품. 사실 내가 이 작품을 예매한 이유는 전종서 배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독인 애나 릴리 애머푸어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감독의 전작인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를 정말 너무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감독의 그 위트 있고 재치 넘치는 서사와 미술을 보고 싶었다.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 전경
전종서 배우님

하지만, 인류애라는 조금은 뻔한 주제는 이전작에서 온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있었다.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영화의 분위기와 음악 등은 분명 너무 좋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


프랑스

<프랑스> (France, 2021)

프로그래머의 영화 소개와 주연 배우 레아 세이두만 보고 예매한 작품이다. 영화는 '프랑스 드 뫼르'라는 기자의 삶을 통해 프랑스 미디어 세계를 그려낸다. 개인적으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었다. 분명 영화의 기본 논조는 프랑스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조소였지만 동시에 자기 연민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권력을 가진 주체가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렵다.


히어로

<히어로> (A Hero, 2021)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유명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작품. 촘촘하게 짜인 각본 속에서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작용하는 대중, 미디어, 사법체계를 경험했다. 존중과 명예는 자본의 시대 앞에서 그저 또 하나의 상품에 불과했다.


홀드 미 타이트

<홀드 미 타이트> (Hold Me Tight, 2021)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임과 동시에 가장 좋았기도 했던 작품. 현실이 흐려질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꿈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상실의 아픔을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세이레

<세이레> (Seire, 2020)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공포 영화.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으로 인해 겪는 공포를 시각화한 것 같았던 작품.

세이레 GV

GV에서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 중 '마음에 주는 벌'이라는 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 같았다. 하지만  왜 그 마음속 깊은 곳을 굳이 들여다보고 벌을 주어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인트레갈드

<인트레갈드> (Intregald, 2021)

아마 나의 평가와 사람들이 평가가 가장 많이 갈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본 후 상당히 만족한 상태로 왓챠피디아를 켰다가 정말 많이 놀랐다. 대부분 영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아마 포스터와 스틸컷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이 주인공과 할아버지의 답답하기만 행동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내가 영화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돌봄노동의 현실을 영화적으로 정말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은 영화에서 묘사했듯이 수렁에 빠진 차와 같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 봤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뿐이다.





예매에 실패한 것에 비해 좋은 작품들을 많이 봤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영화제였다. 다만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덕분에 예매 실패 없이 워낙 좋은 작품들 (<끝없음에 관하여>, <라스트 앤 퍼스트 맨>, <안테나> 등)을 많이 봐서 그런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는 아쉬움이 있다. 거리두기로 인한 좌석 감소, 지역 발전을 고려한 오프라인 행사 등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지만, 다음 영화제 때는 예매 스트레스를 줄일 만한 무언가 추가적인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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