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받은 알람 중 하나이다. 2021년 8월 브런치에 입성한 이후로 작성한 글은 고작 6개. 글을 안 쓰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 무슨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 영화마저 안 보기 시작했다
-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영화 제작 및 평론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현타가 세게 왔다
정신 차려보니 릴스나 숏츠가 주는 도파민에 절여져 손가락만 튕기는 3년 차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이런 좀비 같은 삶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글을 다시 쓰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스스로의 영화를 보는 눈과 글 쓰는 수준을 깨달았다. 무슨 영화 리뷰글을 써도 또다시 쓰레기를 생산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우회를 하기로 했다. 영화 리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다른 걸 섞어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게 영화 말고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술이다.
21년도 말에 딴 조주기능사 자격증이다. 이른바 '합법적 술꼰대' 짓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뭐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사실 여전히 잘 모른다. 자격증까지 있음에도 영화보다 더 모르면 더 몰랐지 덜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합쳐보려고 한다. 둘 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합치면 내가 좀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어나더 라운드>
영화를 보다 보면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에는 정말 다양한 술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문화권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술이 나오는 장면의 느낌, 분위기, 의미까지 통째로 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술을 조금 배운 이후로는 영화를 보다가 술이나 칵테일을 알아내곤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나 즐겁다. 그래서 이 즐거움을, 글도 억지로 쓸 겸, 좀 더 들여다보려고 한다. 물론 제한사항도 많다.
<헤어질 결심> 카발란 솔리스트 셰리 CS
엄청난 가격
너무 비싼 술이라던가
<와이 우먼 킬 시즌 1> 칵테일 마이타이
마이타이 IBA 공식 레시피 (오르쟈 시럽이 뭔데... 다크 럼 비싼데...)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베스퍼 마티니
베스퍼 마티니 IBA 공식 레시피 (릴레 블랑은 또 뭔데...)
재료가 하나도 없는 칵테일이라던가
<버닝> 소주, 맥주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술이라던가
그 외에 구하기 어려운 술, 이거 쓰자고 사기 아까운 술 등등 아마 다루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글 포맷도 문제다. 영화에 술이 여러 개 나오면 어떡하지? 어떤 술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면 그건 또 글을 어찌 쓴담??
이런 고민들이 꼬리를 물다가 그냥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거 고민하면 백이면 백 그냥 하지 말자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우선 써본다. 지금 당장은 몇 가지 떠오르는 술이랑 영화가 있으니 닥치는 대로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면서 시작했으니 진짜 쓰겠지? 그렇지 나 자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