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주 뒤면 사랑스러운 가족이 생길 예정이다. 태명은 깡순이. 남자아이지만 강하고 순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태명을 지었다.
작년 5월 말 깡순이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왔다. 감동과 반가움, 기쁨과 짜릿함 등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보같이 울면서 이제 엄마가 될 구일이를 꼭 안아주었다. 구일이도 내가 깡순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듯 평소보다 조금 세게 나를 꼭 안아주었다.
깡순이는 구일이의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첫 태동을 했고, 폐를 스스로 발달시키느라 딸꾹질까지 귀엽게 했다. 저녁만 되면 구일이의 배를 힘껏 차는 깡순이를 보고 '깡순이 야행성인가 보다, 태어나면 우리 잠은 다 잤어' 걱정 없는 걱정을 하며 웃기도 했다.
엄마의 배속에서 쑥쑥 자라는 깡순이를 생각하며 하루의 힘듦을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나도 이제 깡순이의 아빠다.'라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깡순이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깡순이가 우리에게 온 지도 벌써 9개월이 넘었다. 이제 3주 뒤면 구일이의 포근한 자궁을 벗어나 세상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며 힘듦과 행복을 고루고루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아빠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사랑, 관심, 안정, 보살핌을 한 없이 쏟아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는 미리미리 계획은 세우지만 세심한 성격은 아닌지라 세심함이 필요한 육아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깡순이를 키우며 소소한 우여곡절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깡순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배워야 할 것들을 힘껏 가르쳐주고 싶다. 그것만이라도 잘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