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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Jun 13. 2024

이제야 숨이 좀 쉬어져요

2024년 6월 13일의 기록


2024년의 시작은 참 스펙터클했다. 1월에 갑작스레 발령을 받아 다른 부서로 전입했고, 맡은 업무가 180도 바뀌게 되었다. 육아하랴, 집안일하랴 가정에서도 바빴던 시기이기에 직장에서도 또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크나큰 짐처럼 느껴졌다.


일을 하며 이제 갓 돌 지난 아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던  내가 갑자기 업무와 직책에 적응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을 해야 하다니, 회사가 참 원망스러웠다.


회사생활 10년, 평소에도 잦은 인사발령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새로운 부서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 돼 내었다. 인사발령 때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적응해 오던 스스로를 보며 '새로운 부서에 발령을 받게 되더라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발령의 파급은 지난날의 인사발령들과는 조금 달랐다. 연차가 쌓인 만큼 책임이 늘어 있었다. 책임이 늘어 있는 만큼 주변 기대 또한 커져 있었고, 그만큼 빠르게 업무에 적응해야만 했다. 발령 후 나에게 주어진 것은 업무적응시간이 아니라  해내야만 하는 업무 투성이었다.  


 발령 당일, 새벽까지 일하며 내용도 모를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그 후로도 업무의 무게에 짓눌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업무에 파묻혀 사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들을 잘 케어하지 못했던 것.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육아참여도가 참 높은 아빠가 될 거야, 다짐했던 나날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지난 4개월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한  여 간의 업무적응기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일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하필 부서 탄생 20주년이 겹치면서 각종 행사기획과 경상적인 업무가 겹치니 그야말로 강제 멀티태스킹의 향연이었다.


지금 지나와서 생각해 보면 지난 4개월간의 시간이 괴로웠던 것은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나'라는 현실부정의 마음을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정신없었던 사건들을 그저 '내 인생을 풍성하게 해 줄 또 하나의 에피소드'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겠다, 싶다. 물론, 고통의 4개월을 지나와서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시련을 겪을 때는 이 시련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내가 느끼는 이 괴로움이 평생 지속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상황이 밉기만 하고, 나의 고생스러운, 의미 없는 날들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안다. 아무리 괴로운 사건도, 아무리 정신없는 나날들도 평생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금은 바쁘고 괴로운 삶을 살아내더라도, 곧 행복하고 걱정 없는 삶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회사의 상황이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바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쏟아지는 업무가 너무 버겁고 힘들 때면 여기저기서 들은 명언들을 가슴에 되새기곤 한다.'내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명언은 내가 참 자주 되뇌는 문장이다.


힘듦을 많이 겪어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경험이 많이 쌓이게 되면 이상한 믿음이 생긴다. 지금 아무리 힘들더라도 '며칠만, 몇 주만 지나면 이 모든 게 다 지나갈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이 실현되었을 때의 경험이 또 다른 힘듦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


10년이란 기간 동안 회사를 다니며 분명히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힘듦을 피할 수 없으니, 그저 시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일단 무엇이든 하자고. 그리고 또 되뇐다. 너무 무미건조한 날만 지속된다면 그 삶 자체가 의미 없이 무미건조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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