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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Nov 09. 2024

이학민 디자이너가 그려낸 유쾌한 쉼의 풍경

<초현실의 온실>전

디자인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펼쳐온 이학민 디자이너의 개인전 <초현실의 온실>이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숲의 그린랩에서 열린다. 제목 그 자체에서 전시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데, 공간은 작가가 선보여온 초현실적이고 유쾌한 디자인 오브제와 식물이 조화를 이루며 감각적인 온실로 변모한다.

전시 전경 | ©GREEN LAB

이학민 디자이너의 이력을 살피면 홈데코, 가구, 아트토이, 일러스트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을 펼치는 그의 경계 없는 활동에 수긍이 간다. 그는 국민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며 재료에 대한 감각을 키웠고 이후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컨텍스츄얼 디자인Contextual design을 공부하며 실험적인 가구 디자인을 탐구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에서 근무하며 데코 용품과 생활 가구 등을 디자인했다. 즉, 이학민 디자이너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부터 심미성, 예술적 가치에 초점을 둔 오브제 제작까지 두루 경험한 것이다.

전시 전경 | ©GREEN LAB

그가 쌓아온 다채로운 경험은 결국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 이학민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가 되어 이번 전시 공간에 오롯이 펼쳐진다. 그의 작업은 공예 미감이 돋보이는 장인 정신, 동물의 손과 발이 떠오르는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어렵게 이해해야 하거나 해석이 필요한 작업이 아닌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무드가 일관되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작가는 불변의 진리로 여겨져 온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가 아닌, ‘형태는 컨셉을 따른다Form follows concept’라는 본인만의 디자인 콘셉트를 추구해왔다.

전시 전경 | ©GREEN LAB

리소 인쇄로 제작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학민의 대표작 파우Paw 시리즈이다. 디테일한 텍스처가 느껴지는 알루미늄 재질의 파우 연작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공예와 디자인, 고급예술과 하위 예술, 럭셔리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현상에 대한 흥미에서 시작됐다. 그는 만화와 피겨 등 서브컬처에서 영감을 얻어 가구와 접목을 시도한 작업으로 전형적인 가구에 만화적인 상상력을 부여한다.

전시 전경 | © GREEN LAB

공간에 전시된 문 손잡이, 커피 테이블, 벤치와 스툴 등의 파우 시리즈, 배드애스 화병 시리즈는 충분히 실용적이고 무엇보다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한다. 손과 발의 형태가 강조된 이 연작들은 초현실적인 조각과 기능적인 가구의 경계에 걸쳐있다. 손으로 잡은 듯한 형태의 사이드 테이블과 발 모양의 벤치와 스툴들이 보는 관객 혹은 사용자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상상 속 초현실의 공간에 온 듯한 경험을 제안한다. 이는 분명 이학민 디자이너만이 그려낼 수 있는 독특하고 유쾌한 쉼의 풍경이다.


<초현실의 온실>

전시 기간 | 21.08.07(토) - 21.10.03(일)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그린랩

문의 | greenlab.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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