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없는(BORDERLESS)>전
부산의 빌라쥬 드 아난티 안에 자리한 ‘아난티 컬처클럽’ 갤러리에서 내년 1월 28일까지 <경계-없는BORDERLESS>전이 열린다. 본 전시는 디자이너 리빙 브랜드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브랜드 ‘무브먼트랩’과 조각과 회화, 사진, 그리고 건축과 디자인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그룹 ‘초타원형’이 함께 기획하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감각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해 온 두 그룹의 컬래버레이션은 독특한 시너지를 내며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을 만든다. 좋은 채광과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갤러리에서 회화, 사진 등의 현대 미술 장르와 일상의 공간을 채우는 가구가 경계 없이 융화되며 상호작용하는 순간이 펼쳐지는 것.
엔데믹 이전,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이미 선명하던 경계들의 허물어짐을 겪었다. 일터는 집으로 들어왔고, 여행 중 잠을 청하기 위한 장소였던 호텔은 호캉스라는 이름으로 여행의 목적 그 자체가 됐다. 미술관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상의 온라인 공간으로 전시장을 옮겨 새로운 장을 펼쳤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초타원형의 건축가 정현은 말한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든 사람들은 전시될 만한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소유품을 온라인에 시전했습니다. 시계나 가방과 같은 럭셔리 제품들, 컬렉터 카페에서 논의되는 회화와 조각, 어디선가 본 듯한 빈티지 가구, 갓 독립한 사용감 없는 방과 아이와 함께 있어도 깔끔히 정리된 행복한 집까지. 크든 작든 스케일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홈 스타일링 공유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들은 시전을 선보이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망과 희망들을 한데 모아 쌓아 둔 집합주거(아파트)와도 같아요. 예술품과 럭셔리, 비어있음과 밀도 높음, 단아한 무채색과 경박한 색채의 제품 로고 같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상태죠.”
즉, 언뜻 이어지지 못할 것 같은 무맥락적 사건들은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섞이고 어우러지며 전에 없던 미의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본 전시에서 하나의 장르로 존재하는 것들은 허물어지고 어우러진다. 예술 작품은 일상의 사물이 되며, 일상의 사물은 아트 오브제와 같은 아우라를 발산한다. 또한, 공간은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와 편안한 집의 모습 사이 어딘가를 부유한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 작품과 리빙 제품이 하나의 공간에서 경계 없이 융화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주제로 회화, 사진, 조각, 가구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장르의 경계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경계를 거닐며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 총괄 기획을 맡은 리빙스타일 큐레이션 편집샵 무브먼트랩과 크리에이티브 그룹 초타원형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실험하기 위해 디자인 가구와 조명, 오브제 브랜드 9곳과 각기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 9명을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디자인 가구와 조명, 오브제 브랜드로 ‘잭슨카멜레온, 무니토, 오블리크테이블, 바이헤이데이, 노미아, 쉘위댄스, 에이티씨알, 텍스쳐, 엔피디’가 참여한다. 또한, 아티스트로 동시대에 주목 받는 ‘곽인탄, 권오상, 김서울, 옥승철, 이용재, 이윤성, 최고은, 팝콘, 황형신’이 참여해 더욱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참여 브랜드와 작가들은 전시 이전부터 다양한 경계의 영역을 허무는 실험을 이어왔다. 그 예로 가정용 장식품을 만드는 브랜드 쉘위댄스는 한눈에 보기에 아트 오브제와도 같은 실용품을 제안한다. 대표 작업으로 블랭크윈드 시리즈가 있으며 선보이는 사물을 통해 짧은 순간 공허하게 지나가는 덧없는 아름다움을 형상화한다. 또한, 가구 브랜드 텍스쳐는 가구와 건축의 경계를 허문다. 핀란드에서 건축을 공부한 기영석 텍스쳐 대표는 건축가의 언어를 가구에 담아내며 ‘손에 닿는 건축’을 실현한다. 더 나아가 텍스쳐는 ‘다양한 것은 모두 아름답다’는 가치를 지향하며 하나의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언어를 여러 사람에게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리빙 브랜드이지만 어느 한 경계에 함몰되지 않고 유연하고 아름답게 확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권오상 작가는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부유하며 ‘사진 조각’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다. 사진을 조각 내 붙인 가벼운 조각,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시리즈를 선보임과 동시에 세계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스타 작가로 부상했다.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이 젊은 작가에게 세계는 열광했고 펜디, 나이키 등 수많은 상업 브랜드와 국립현대미술관, 싱가포르 미술관 등 전통적인 아트 뮤지엄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내와 해외 미술계를 활발하게 누비며 여전히 자신만의 전무후무한 조각 세계를 견고하게 다져가는 권오상 작가. 사진이라는 일상적인 매체와 조각이라는 전통적인 예술 장르의 하이브리드 개념을 만든 그는 이번 전시 주제에 정확히 부합하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옥승철 작가가 그려내는 작품 세계는 상당히 선명하다. 작가의 회화 작업은 어딘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얼굴, 고해상도 출력물로 오인하기 쉬운 매끈한 질감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여러 애니메이션과 만화 속 인물들의 클로즈업 장면들을 캡처하고 이를 디지털 툴을 이용해 재조합하여 새로운 얼굴을 만든다. 그렇게 옥승철은 만화라는 대중 매체를 예술의 세계로 옮겨 온다. 새로운 회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에 거침없다. 회화를 기반으로 설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까지 꾸준하고 깊이 있는 창작 활동을 전개하는 것.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화석 혹은 시간을 담은 고대 유물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전시하며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한다.
살펴보았듯 전시 참여 브랜드와 작가는 개별적으로 경계를 허무는 한편 다시 한번 서로 융화되며 생경한 장면을 만든다. 대표적으로 권오상 작가의 조각은 오블리크테이블과 잭슨카멜레온의 테이블, 옥승철 작가의 조각은 ATCR의 선반과 어우러져 일상의 오브제를 작품처럼 느끼게 하고, 바닥과 벽면에 무심히 놓인 최고은의 설치 작품은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배치되어 있는 가구에 직접 앉거나, 리빙 오브제들로 나눠진 동선을 따라 전시회를 관람하며 일상의 공간 속에서 예술 작품을 즐기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난티 컬처클럽의 전시 담당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일상,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어 가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아난티 컬처클럽은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전시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난티 컬처클럽 갤러리는 대중성과 예술성, 작품성을 갖춘 문화 예술 전시 및 다채로운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팝업 전시를 진행하는 전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산 빌라쥬 드 아난티 내 엘.피. 크리스탈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아난티 컬처클럽 앱 회원 가입 시,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경계 - 없는 BORDERLESS>
장소| 아난티 컬처클럽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7-7)
기간| 2023년 10월 25일 ~ 2024년 1월 28일
기획 및 협업 | 무브먼트랩 & 초타원형
참여 작가 및 브랜드 | 곽인탄, 권오상, 김서울, 옥승철, 이용재, 이윤성, 최고은, 팝콘, 황형신, 잭슨카멜레온, 무니토, 오블리크테이블, 바이헤이데이, 텍스쳐, 노미아, 쉘위댄스, 에이티씨알, 엔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