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도시의 패턴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진작가 이경준의 첫 번째 개인전 <원 스텝 어웨이>가 오는 2024년 3월 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뉴욕 기반의 포토그래퍼 이경준은 렌즈에 비친 거대한 도심 속 패턴을 관찰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간 작가가 기록해 온 도시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찍이 포착하여,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특별한 시야가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다.
이경준 작가는 대학원 시절 새로운 환경과 학업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높은 곳에서 우연히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며 본격적인 작업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와 시간에 따른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작가에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세상은 거대한 유기체와 같았고,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청년 이경준의 단조롭던 삶에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간을 지나며 그는 창작자이자 도시 관찰자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도시의 모습에서 받은 영감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던 그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형성했다. 소위 말해 ‘이경준 스타일’이 명확하게 깃든 작품들은 자연스레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대 작가답게 소통과 작품 공유에 적극적인 그의 행보에 힘입어 글로벌 브랜드와의 프로젝트성 협업이 이어졌다. 뮤지션 ‘구원찬’, ‘죠지’와의 앨범 커버 작업, 디자이너 브랜드 ‘Helmut Lang’과의 콜라보 발매에 이어 그라운드시소와의 기획전까지,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작품 250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회색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도시 풍경과 사람들이 점, 선, 면으로 연결되는 순간, 바쁜 일상 한편으로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들까지, 4개의 챕터에 걸쳐 누구에게나 익숙한 도처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첫 번째 챕터 ‘포즈드 모먼츠(PAUSE MOMENTS)’에서 작가는 바쁜 일상 속 발걸음을 붙잡는 찰나이자, 동시에 땅 위의 모든 존재를 더 매력적으로 비추는 해의 시간을 포착한다. 세상 모든 것이 더욱 찬란하게 비치는 빛의 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머금고 탄생한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혼란한 일상에서 잠시 우리의 바쁜 걸음을 멈춰 세우는 황금빛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도시의 밤으로 이어진다.
첫 테마에서 펼쳐진 찬란한 빛의 시간은 두 번째 테마 ‘마인드 리와인드(MIND REWIND)’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시간으로 연결된다. 단정한 평행과 직각이 두드러지는 도시.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주요 무대인 건물과 그 사이 기하학적 패턴을 조명한다. 저마다의 행선지를 향해 한 발짝 내딛는 우리 모두의 매일. 그 많은 발자국이 겹치고 또 분리되며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기하학적 빌딩 숲,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교차로,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이들. 작가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자유롭게 전환되는 우리의 삶을 조명한다.
이어지는 세 번째 테마 ‘레스트 스탑(REST STOP)’은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과 속에 숨겨진 영화 같은 장면들을 선보인다. 회색빛 사이 녹음 짙은 우리의 휴게소, 내리쬐는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이 가득한 공원. 겨울을 맞아 하얀색으로 물든 도처의 풍경. 짙은 녹음을 지나 하얀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고요하고 포근한 행복이 다시 한번 찾아온다. 이렇듯 작가가 포착한 순간만큼은 모두가 평온해 보인다. 쉼 없이 흐르는 도시의 시간 속에도 평화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 챕터를 지나며 마주한 도시 곳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복잡하면서도 평화롭고,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황금빛 석양, 어둠 속 한 줄기 조명, 싱그러운 녹음, 티끌 없이 하얗게 물든 겨울. 단조로운 도시가 품고 있던 특별한 순간이 펼쳐지는가 하면, 회사, 도로, 집 등 그의 작품에는 도처를 옮겨 다니며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경준 작가는 바쁘게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우리의 발걸음을 붙드는 아름다운 순간을 조명하며, 모두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의 마지막 테마 ‘플레이 백(PLAYBACK)’에서는 이러한 전시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객 참여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각자의 고민을 활동지 위에 내려놓고, 또 파쇄기를 이용해 직접 파쇄해 볼 수 있는 것. 투명한 상자가 쌓인 다른 이들의 수많은 걱정거리 위에 각자의 고민을 담아보는 경험을 통해, 함께 위안을 얻고 더욱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전시장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시기와 상황, 순간의 감정에 따라 나와 도시의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카메라의 하이앵글 속에서 사람들은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우리의 고민 역시 원 스텝 어웨이(ONE STEP AWAY)라는 전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보면 그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바쁜 일상 속, 시간을 내어 전시를 찾아온 도시 생활자들이 평안함을 경험하길 기대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 우리 삶 속에서, 시야는 넓어지고, 고민은 가벼워지는 여유를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걱정은 한 줌 덜고, 걸음은 한층 가볍게.
한편, 이번 전시는 이경준 작가의 첫 개인전인 동시에 복합 문화 공간 브랜드 그라운드시소의 센트럴점(서울역) 개관전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시소는 전시 기획, 제작사인 ‘미디어앤아트’의 자체 전시 플랫폼 브랜드로서 센트럴점은 그라운드시소 서촌, 명동, 성수점에 이은 네 번째 공간이다. 그라운드시소에서는 미디어앤아트 자체 제작 전시뿐 아니라, 공동주관, 대관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개최된다. ‘시소’는 어릴 적 추억을 환기하는 감성적 소재로, 누구나 경험해 본 적 있는 대중적 공간이다. 순수한 마음과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한 놀이터는 그라운드시소가 지향하는 ‘살아있는 공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살아있는 공간 속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그 속에서 끝없이 생각과 영감이 교류되는 것. 그라운드시소의 철학이자 정체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전시명 |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전시기간 | 2023.10.27(금) ~ 2024.03.31(일)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및 매표소 마감 : 오후 6시)
휴관일 | 12.4(월) / 1월 휴관일 없음 / 2.5(월) / 3.4(월) 휴관 *모든 공휴일 정상 운영
전시장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3F (그라운드시소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