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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올라 Nov 29. 2023

[솜사탕말/딸] 숙녀의 당당함

너의 씩씩함이 좋지만, 조금은 더 애기여도 괜찮아.

9월 16일 2022년

 내가 상상해 오던 딸아이의 모습은 딱 저 사진 속의 핑크에 파묻힌 모습이었다. 그 마음이 여전히 마음속에 담겨있지만, 막상 딸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을 보며 다른 바람이 생기게 된 것도 이중적인 마음이지만 사실이다.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당당한 전문직 여성이었으면 좋겠고, 여자는 그러면 안 된다는 말에 코웃음 쳤으면 좋겠고, 여자애가 말이야 라는 행여나 듣게 될지 모르는 말에 푸핫 하고 비웃어주었으면 좋겠고, 앞치마 입고 요리하는 모습은 어설퍼도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주장했으면 좋겠고, 축구도 럭비도 거침없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다 같이 쇼핑하고 짐을 한가득 들고 걷다가 막내 이모할머니가 찬에게 말씀하셨다.


 “찬아, 원래 이런 짐은 아들이 좀 들어주고 하는 거야. 외국 가서도 누나 무슨 일 있으면 찬이가 딱 나서서 도와주고 지켜주고 그래.”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찬이 앞에 희가 큰 소리로 한 마디 하며 씩씩하게 엘베로 올랐다.


 “할머니, 저는 제 스스로 지켜요.

 걱정 마세요.”


 와.

 당황하며 웃는 할머니와 달리 내 가슴은 얼마나 벅차올랐는지 모른다. 마음속에 작은 폭죽들이 탁탁탁 터지며 느껴지는 그 황홀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씩씩하게 앞서가는 희의 뒤를 따라가며 귀에 속삭여줬다.


 “딸, 멋져.”


 씩씩하고 멋지게 잘 자라고 있다. 발레복이 제일 좋은 핑크 감성 소녀지만 마음은 참 단단하게 그렇게 잘 자라고 있다. 행여 도움받는 것을 어려워하면 어쩌나, 너무 씩씩한 모습만 보이려 하면 어쩌나 하는 또 작은 걱정에 자기 전 또 이 엄마는 주절 거림을 참지 못하긴 했다.


 “누구에게 의존하기 전에 스스로 나를 지키려 하는 마음은 얼마나 멋진 일이야. 그래도 때론 어른이 엄마도 혼자 해내기 힘든 일들도 많고, 그냥 이유 없이 누구한테 기대도 싶기도 해. 그럴 땐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면 돼. 아무도 없다고 생각될 때조차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야. 그러니 꼭 혼자 다 안 해도 돼. 너희를 지켜 주는 게 엄마의 소중한 일이니까.”


 듣는지 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렇단다. 오늘도 잘 자라고 있는 너희 꽃송이들을 보며 엄마도 자란다. 매 순간 고마워. 특히, 매일 하는 말.


 엄마의 아가들로 와줘서 제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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