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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올라 Nov 23. 2023

[솜사탕말/딸] 음악이 이야기를 해, 엄마~

발레리나를 꿈꾸는 요정

5월 18일 2022년

 “엄마, 발레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니까, 음악이 살아

 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

라며 까르르 웃던 5살 꼬마가 벌써 발레 콩쿨을 두 번이나 마치고, 배주윤 선생님과의 5번째 정기 공연을 3일 앞두고 있다.

 발레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고 놀러만 다니던 때도 문화센터에서 주 1회 발레 수업은 꼭 들으러 다녔다. 이곳에 와서도 유치원 다음으로 찾은 수업이 발레였다. 희도 좋아했고, 발레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도 참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딸에게 발레는 늘 좋아하고 빠지기 싫어하는 수업이었지만 일순위는 아니었다. 책도 좋고, 스케이트도 좋고, 쇼핑도 좋아하는 것처럼 발레도 좋은 그 정도 였다.

 다만, 이 곳에 갑작스레 오게 되며 아이가 마음속에 얻었을 허함과 낯설은 불편함, 어디서나 느껴야 하는 긴장, 그리움 등 모든 감정을 발레 수업을 다니며 해소하고 그 시간엔 참 편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꼬마가 주말 이른 아침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 준비를 했고, 여행을 가게 되도 발레복을 챙겨서 돌아오는 길에 수업을 갈 만큼 힘이 났을 것이다.

 사실 요새는 그 보다 조금 더 진짜 ‘발레’에 빠져 있는 게 보인다. 아마 콩쿠르 준비를 위해 자기 작품을 받고, 자기만의 공연복이 생겨서 우쭐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매주 토요일 한 시간 반씩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하는 그 수업의 끈을 4년이 넘게 잡고 있었지만, 지난 3개월간 콩쿨 준비로 개인 레슨도 받고, 토슈즈반 수업도 듣고, 집에서도 무한 연습을 하면서 이제야 아, 발레의 문턱을 조금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 맘 때 아이들이 이 운동 저 운동 다양히 배워갈 텐데 참 긴 시간 발레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묻는다. “발레 전공시키실 거예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발레리나로 살아갈 딸의 모습은 어떠할까 짧게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행복할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행복할까?

 재능 있는 아이들이 노력까지 하는 그 세계에서 과연 행복할까?

이런 이야기를 신랑하게 하면 신랑은 별 걱정을 다 한다고 한다. 우리 눈에야 우아하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사랑스럽고, 요정 같고, 예쁘기 그지없지만, 아쉽게도 타고난 몸치에 박치이고, 기술적인 면으로 봐도 엉텅리 뒤죽박죽 표현들인데, 길어야 2~3년 후면 희가 알아서 그만둔다 할 것이란다.

 발레리나의 삶을 선택하기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발레 음악을 그 음악에 몸을 움직이며 아름다운 귀와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평생 취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지금 선생님과의 첫 공연을 준비하던 그때의 꼬마가 음악이 살아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재잘거리며 나의 심장을 울리던 그 감동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오늘의 두근거림과 행복에 한 스푼을 다시 얹어 준다. 예술의 힘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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