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것이 두려울지라도
두 번의 작은 낙상사고
올해만 벌써 두 번의 작은 낙상사고를 겪었다. 사실 미끄러운 화장실은 장애인에게 있어서 위험한 공간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웬만한 일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처리해왔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진 탓에 방심했던 것이었을까. 첫 번째 낙상사고는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발생했다. 무릎과 턱을 세게 부딪혔고, 급기야 피멍까지 들었다.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고였기에 많이 놀라긴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을 뒤덮었던 멍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의 두 번째 낙상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사실 나는 샤워를 할 때만큼은 아버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날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팔의 힘이 빠져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충격으로, 이번에는 무릎이 아니라 앞니 2개가 살짝 깨지고 말았다. 화장실 바닥에 앞니를 세게 부딪혀서 그런지 통증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낙상사고를 당한 후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렸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주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장애라는 현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어떤 방법으로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팔의 근력이 떨어져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치과에 방문한 결과, 이빨이 살짝 깨지기만 해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통증이 조금은 남아있다.
두 번의 낙상사고를 겪으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파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픈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도 더욱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을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가능한 일이라면, 내가 스스로 해내고 싶다. 물론 어쩌면 낙상사고는 또다시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이 두렵지만, 이 또한 나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부딪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