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배를 타고 멀리 갔다 편도 티켓을 끊고 편도는 다시 돌아올지 말지 고민하는 단어라고 했다 선착장에서 몇 걸음 걸으면 지붕 색도 기억 안 나는 섬마을의 집 한 채 출입문 옆 작은 방 안 오래 그 자리에 있던 선풍기 탈탈 돌아가고 나는 조금 추워서 같이 누운 사람의 등에 파고들었다 엄마 배에 타면 어디로 가 엄마는 어디로든 간다고 했다 배에 타면 뭐 해 엄마는 새우깡을 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새우깡 그놈의 새우깡 주는 건 일도 아니고 육지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새우깡은 나나 주지 왜 갈매기한테 주느냐고 말했는데 엄마는 갈매기가 왔다가 가는 게 좋다고 했다 걘 날개 있으니 언제든 얼마든 왔다 갔다 할 수 있겠지! 나는 말을 하려다 말았고 주머니에는 새우깡 하나 살 만큼의 돈이 있다 그만 아껴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뒤척일 때마다 동전이 찰랑거린다 새우깡 사면 혼자 다 먹어야지 엄마랑 갈매기한테는 조금도 안 줘야지 다짐했고 둘이 덮은 이불은 한 겹 선풍기의 바람이 우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로부터 이십 년이 지났고 갈매기떼가 오고 간다 전부 하나의 얼굴 같다 나는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줄 생각이 없고 갈매기는 멀리 간다 배는 그 뒤로도 순항하고 나는 새우깡을 혼자 다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