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사랑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 것>>
내가 배배 꼬인 사람인 건가?
가끔 커플들을 보면 사회적인 기준에 잘 끼워 맞춘 퍼즐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을 떠나 친구를 포함한 인간관계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을 좋아해요?”
"전 이러이러~한 사람이 좋습니다."
이성적으로 스스로 간편하게 내린 그 사랑이란 기준에 부합하면 연인이 되는 걸까? 난 쉽게 내 무의식, 감정에 대해 쉽게 이렇다 정의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능적인 감정도 아니겠지만 완벽하게 이성적인 감정이 사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중간 어느 지점이 사랑이지 않을까?
그런데 가끔 너무 쉽게 관계와 행복에 결론짓는 사람을 보면 궁금한 마음도 든다.
남부럽지 않은 관계..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아니면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손가락 안에 꼽는 사랑 영화 중 하나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뚜렷한 병명도 없이 두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여주인공 조제..외모도 뛰어나고 인기도 많았던 남자 주인공 츠네오는 원래 만나던 여자친구를 버리면서까지 독특한 매력의 조제에게 빠지게 된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조제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츠네오. 동정심을 유발해 츠네오를 유혹했다고 생각하는 전 여자친구는 조제를 찾아가 "솔직히 네 무기가 부러워!"라고 말하며 뺨을 때린다.
조제는 따라서 뺨을 때리며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라는 말로 응수한다. 츠네오의 전 여자친구는 울며 자리를 뜬다.
과연 츠네오는 걷지 못하는 조제를 동정해서 만났을까? 사회적 기준이라면 츠네오는 전 여자친구를 선택했을 것이다. 몸은 불편하지만 조제에게는 또래 여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조제의 가장 큰 매력은 불편한 다리를 가졌지만 상황을 비관하지도 않으며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가 날 떠나면 나는 또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겠지. 그런데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조제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준 대사가 아닐까?
슬프게도 이 영화는 새드 엔딩이었지만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은 짧은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렇게나 어려울까?
에리히 프롬은 사랑하다라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한다.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주는 행위라고 한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사랑을 보면 디에고 리베라는 무슨 매력이 있길래 위대한 예술가인 프리다 칼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프리다 칼로가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그녀가 더욱 사랑에 관해서는 능력자라 생각한다.
"인간의 가치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받았는지가 아닌, 무엇을 주었는 지로 결정된다."
에리히 프롬, 프리다 칼로,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이 모든 문학, 미술, 영화에서 저 한 문장을 노래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