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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하루야, 안녕?

by 예쁨

솔.직.히

공모전에 줄줄이 떨어지고 낙심했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중요하지~

당선이고 뭐고 그게 뭐 대수냐며 큰소리치던 날들을 후회했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떨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결과 발표가 있던 날, ‘또 아니겠지’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기대를 품고 있었나 보다.

역시나 내 이름은 없었다.

퇴근길, 유난히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던 오후였다.

그때였다.

육교 계단 틈에서 초록빛이 스쳤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대리석 사이를 비집고 자라난 한 줄기 식물이었다.

풀이라 하기엔 줄기가 단단하고 옹골찼으며 누군가 억지로 꽂아놓은 듯 버티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걸까, 아니면 정말 저 혼자 뚫고 나온 걸까-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놀라우리만큼 단단한 진짜 식물이었다.


그 경이로운 생명력 앞에서 내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졌다.

결과에 무너지고, 타인의 평가에 휘청이던 내 모습이 못나보였다.

나는 쓰고 싶어서 쓴다고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인정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누가 보든 말든 식물은 자라난다.

햇빛이 닿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그저 살고 있다.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쓰라, 아무도 읽지 않을지언정-

피어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해도-




by. 예쁨





어떤 날 1) 민달팽이의 삶

잉챠잉챠

1층 현관 앞에서 민달팽이와 마주쳤다.

녀석은 꽤나 열심히 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곧 밟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가지에 태워 잎사귀까지 조심스레 옮겨주었다.


“달팽이야, 꼭 잘 살아주렴!”



어떤 날 2) 수군수군

대가리끼리 모여 작당모의 중

딸이 음료수 뚜껑을 좀 모아달라고 했다.

표정이 각각 다르므로 주의하라며-

대체 왜?

알고 보니 다양하게 대가리를 모으고 싶었나 보다.


고3 딸은 아직도 인형놀이를 잘한다. (으아.. 나의 인내심이여……)



어떤 날 3) 애니멀 갱단

자주 만나는 츄르깡패다.

인간씨? 벤치에 앉으실 거면 츄르 하나 가져오슈

특기는 무언의 눈빛 압박-

도토리 깡패 청설모

근육이 남다르셔서 솔직히 쫌 쫄린다.

도토리 상납- (ㄱ 나니? 사실 도토리 7개면 BGM 한 곡 살 수 있잖아? )

상납하면 뭐 하나,

저렇게 열심히 숨겨두고 까먹는다던데…..



어떤 날 4) 마블링 좋은 하늘

구름 마블링이 좋은 날이었다.

소고기 먹고싶….‘ㅠ’


사실은 여기까지 썼지만, 어떤 날이 추가되었다.



어떤 날 5) 사고

지난 3일, 부산에서 올라온 아들까지 다 함께 부모님이 계신 추모공원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

막 밀리기 시작한 고속도로에서 서행 중이었으며 뒤에 오던 차는 SUV전기차였다.

운전자는 적어도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셨고, 자율주행 운전을 하던 중 무엇 때문인지 엑셀을 밟으신듯하다.

(남편이 백미러로 볼 때 졸음운전으로 차가 옆으로 향하고 있어 빵! 클락션을 울렸으나 그때 더 엑셀을 밟으신게 아닌가.. 추측한다.)

차가 뱅글뱅글 도는 게 느껴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아들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우리 차는 폐차를 해야하는 상황,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각자의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도와주신 거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귀성길 모두 안전 운행 하시고 무탈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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