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희 신라호텔 F&B 플래닝 인차지' 이야기
CJ부터 SPC, 신세계 그룹, 신라호텔까지 늘 오퍼(Offer) 받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모든 이직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가깝게 지낸 사람이 아니라 저와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분들이 추천해 줬다는 거예요. 네트워킹 인맥 풀(Pool)로 이직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커리어 바꿀 때 네트워킹 힘을 빌리진 않았습니다.
이직은 다른 회사가 내 역량, 업무 스킬(Skill)을 사는 겁니다. 그래서 일하는 실력이 1번이어야 합니다. 특히 경력직은 아웃풋을 확실해 내야 해요. 추천해 주는 사람도 다른 회사에 일 못하는 사람 소개하면 난처해지니까요. 아는 사람이라 소개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일을 미친 듯이 했습니다. 업무로 주어지면 어떤 일이든 내 삶의 일부로 녹여내곤 하는데요. 신세계 그룹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칵테일 개발 프로젝트 당시 6개월 동안 그 일에 매달렸는데요. 프로젝트 끝날 때쯤 되니, 소주 2잔이었던 주량이 3병까지 늘었더라고요. 그랬더니 업계에 소문이 났습니다. "차승희랑 일하면 죽을 각오로 일해야 한다"라고요. 그때부터 다른 회사에 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조금씩 생겼어요. '이 프로젝트에는 차승희가 딱이다', '악바리처럼 일해서 결과가 확실하다'고요. 이직은 사람대신 일, 실력으로 하는 겁니다.
저는 사람을 365일 만납니다. 제 별명이 '365일'이기도 한데요. 일 잘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잖아요. 공부하고, 책 읽고, 대학원 다니고. 그런 것처럼 저는 사람 만나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5시 59분 되면 딱 일어나서 퇴근합니다. 그런 뒤 사람들을 만나요. 일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 사람을 만나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거예요. 그런 뒤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회의할 때 다양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요즘 행사는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지금 필요한걸 회사에 먼저 제시합니다.
일로 만난 관계도 결국은 사람이잖아요.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화려한 사람과 단순히 일로만 맺어진 관계보다, 오랜 시간 지켜보고 응원하며 성장한 친구들과 함께하면 멋진 프로젝트가 탄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가 되려고 해요.
"너는 뭘 잘해?"
"뭘 할 때 행복해?"
"퇴근하면 뭘 하고 싶어?"
저는 그 사람에 대해 묻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질문에 답하면서 무엇을 원하고, 어떨 때 즐거운지 스스로 발견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밌는 프로젝트 일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거든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일하는 게 괴롭잖아요. 그런데 마음만 열리면 무엇이든 다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억지로 열지 않아요. 마음은 그 사람이 직접 여는거니까요. 다만 수월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줍니다. 첫 번째는 잘 듣기. 누군가 찾아오면 이야기를 잘 들어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도 1~2개는 꼭 있거든요. 공감하면서 당신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시그널을 줍니다. 사실 자기 안에 답이 이미 있어요. 타인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발견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마음을 엽니다.
두 번째는 의도 없이 만나기. 욕심은 내려놓고 그 사람에게만 집중합니다. 이 사람이랑 만나서 뭔가 얻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서로 불편해져요. 그 사람을 이용해서 내 프로젝트, 내 일을 성공시키려는 거잖아요. 서로에게 사람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는 거예요. 그러면 일은 당연히 같이 못합니다.
저는 전부 주는 기버(Giver)가 되기로 했습니다. 모든 건 다 돌아오거든요. 내가 가진 그물망(NET)이 촘촘할수록 보상받을 확률이 더 높아져요. 예를 들어, 제가 A를 칭찬하고 장점을 발견해 줬어요. A가 저에게 똑같이 해주면 좋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B가 저를 칭찬하고, 좋은 점을 말해줘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B와 같은 기버(Giver)를 잘 알아보고 곁에 두는 겁니다.
A와의 관계에서는 저만 기버(Giver)라 에너지가 소진되지만, B, C, D처럼 다른 기버와의 네트워킹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복할 곳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기버가 되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더 많이 몰려요. 회사에서도 기버가 되면 좋습니다. 타인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칭찬 잘하는 게 내 커리어 무기로 남거든요.
책 '기브 앤 테이크'에서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양과 희망에 대한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서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 그리고 매처(Matcher)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기버는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테이커는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 매처는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사람입니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이타적인 목표를 삼고 나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죠. 여기에서 핵심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누군가를 돕고 선한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의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전 글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저는 '나의 역량을 키워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을 핵심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기버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들에게 임플란트를 팔지 않는 라이프 파트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의료진의 시각에서 봐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다양한 학회를 참석하며 치의학지식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업무를 하지 않지만, 나의 말 한마디로 상대의 감정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다 생각하기에 말 한마디라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구성원으로서 저의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합니다.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지지 않고, 하루 30분 걷기, 운동하기, 독서하기, 글쓰기를 합니다.
더불어 '리더를 돕는 리더'가 되기 위해 숫자와 사람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병원은 의료와 경영이 함께 흘러가는 곳입니다. 병원의 특성상 의사가 오너가 되기에 진료와 경영을 함께 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의 리더를 만나며 리더가 가지는 고충을 이해하려 합니다. 의료진을 돕고 오너를 돕고 환자를 돕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저는 오늘도 어제의 저보다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