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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바람

by 다시

추석동안 묵은 빨래를 끝내놓고

씻으러 들어가려다가

빨래들만 이 시원하고 단 바람을

쐬는 것이 아까워

나도 빨래처럼 널어두었다


한글날 태극기가 휘릭휘릭

쉬지않고 나부끼고

옷걸이 빨래가 걸린 자리에서

요리조리 바람을 고르게 맞을동안


몇날 며칠째인지 젖어있던

이 몸도 서서히

말라가는가 쪼그라드는가

사그라드는가 날리워지는가


늦은 오후 사람들 소리 잦아들어가는데

바람은 구름도 밀어버리고

건조대 가득 널어둔 빨래마다

무거운 축축함도 거둬버리고

마음 속속들이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빨래가 다 마를 때 마음도 마르려나

마음이 마를때까지

바람을 가둬 놓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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